[시론] 새 정부는 ‘脫’탈원전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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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7.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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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시의 기후변화 대응 종합 계획 발표가 있었다. 2019년 4600만톤 수준인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6년까지 3500만톤으로 약 24% 감축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 목표가 매우 도전적이지만 노후 건물 에너지 효율화, 전기차 보급률 10% 달성, 고효율 태양광 확대 등의 사업에 10조원을 투입해 달성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무탄소 전력 생산 필요성에 대해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현 정부 5년 동안 고통스러운 실험으로 원자력발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자력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70%까지 갈 수 있을 거란 예측도 있다고 했다. 증원전에 대한 공감이다. 전임 박원순 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추진하며 베란다 태양광 확대 등 비효율적인 사업에 예산을 대거 낭비했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이번 대선에서 원자력 정책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원자력 정책은 감원전이라 했다. 1년 전만 해도 “원전을 경제 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탈원전이 가야 할 길이다”라고 했던 이 후보가 감원전론을 들고 나왔다. 이 후보는 감원전을 “건설하던 원전은 건설하고, 기존 원전은 가동 연한까지 쓰고,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탈원전 정책이 바로 이 후보가 말하는 감원전과 똑같다. 현 정부는 탈원전이 60년 동안 서서히 진행된다며 급격한 원전 감소가 아님을 늘 강조해왔다. 이 후보가 가야 할 길 이름이 탈원전에서 감원전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다만 한 가지 차이의 가능성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이 후보의 언급에 따라 원전 수가 ‘0′이 되는 탈원전 시점이 5년 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12월 초 서울대 강연에서 “정책 결정에 있어 국민의 뜻이 중요하고 현실적인 경제 상황도 비교해 봐야 한다”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원전을 시한폭탄이라고 보는 분이라면 아무리 경제적인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 시한폭탄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하면 안 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감원전이 탈원전의 말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감원전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보다 낮추어 ‘유지’하는 것을 말하지만 이 후보의 감원전 정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유효한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다. 그렇기에 EU가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하려 하고 있다. EU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유럽합동연구소의 분석을 통해 원전 사고의 치명률이 1조kWh당 0.5명에 불과해 다른 발전원보다 꽤 낮음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40여 년 원자력 발전량이 약 4조kWh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2명 정도 원자력으로 인한 치사자가 나올 정도였으니(실제로는 한 명도 안 나왔음) 원자력은 생명 안전성이 매우 높은 에너지원인 것이다.

우리 바로 다음 세대에 닥칠 수도 있는 기후 위기를 방지하려면 감원전이 아니라 증원전을 추진해야 하겠지만 그러려면 국민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전에는 우선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는 탈탈원전이 우선이다. 탈원전 반대에 대한 국민 여론은 3년 이상 2:1 이상으로 꾸준히 우세를 보여왔다. 작년 12월 말 조사에서는 7:2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탈탈원전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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