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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기로'…에너지 인플레 심화에 '재검토' 대선공약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23 10:39

- 치솟는 국제유가에 1월 SMP 13년만 최고치



- 지난해 1월보다 2배 이상 올라, 화석연료·재생에너지 확대에 상승세 계속될 듯



- 가격 변동 요인 없는 원전 중요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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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1호기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이 연료비 급등 등으로 기로에 섰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실행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정부의 요구에 마냥 시장 논리를 외면할 수 없어서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1월 기준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의 에너지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자 주요 선진 각국들은 이미 원전 확대에 나섰다.

국내에선 유력 대선 후보들까지 나서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또는 변화를 잇달아 시사했다.

2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평균 SMP는 킬로와트아워(kWh)당 154.54원이다. 종전 1월 SMP 최고치는 2009년 1월 159.44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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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뉴욕선물거래소] *2022년 1월 SMP는 21일까지 평균치, 국제유가는 WTI 기준.


지난해 1월 70.65원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올랐다. 국제유가(WTI)도 지난해 1월 배럴당 52.2달러에서 올해 1월에는 85.14 달러로 70% 가까이 급등했다. 국제유가 폭등은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물론 원유와 석탄 등 대체연료 가격을 연쇄적으로 자극해 전 세계적 ‘에너지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연료비 변동 폭이 큰 액화천연가스( LNG)와 간헐성이 크고 발전단가가 높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가 계속될 경우 SMP 급등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에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서는 연일 국제적 가격 변동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료비 상승 국면에서는 원전을 많이 돌려 전력 도매시장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 도매시장 가격은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가격이다. 이 가격이 낮아야 한전이 소비자에 파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2017년부터 원전발전량과 SMP는 반비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공식대로라면 연료비가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최근 SMP 상승 요인을 원전 가동 확대를 통해 흡수하자는 뜻이다.


◇ 에너지비용 증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탄소중립 과정에서 전기와 화석에너지 가격의 동반 인상은 필연적으로 전체 에너지비용을 증가시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전기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말이다. 값비싼 전기로의 대체는 에너지비용 상승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불경기(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미 올해 들어 가스 수요가 공급을 대폭 앞지르며 가격 폭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LNG 공급량이 급증했으며, 유럽의 가스가격 또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24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세계 LNG 수요가 2035년까지 연간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LNG 가격은 최근 100만 BTU(열량단위)당 40달러 중반대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반년 사이에 4배 가까이 오르면서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고 있다. 러시아발 유럽 가스 대란까지 장기화하면 억눌러온 도시가스나 전기요금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최악의 경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석탄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LNG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입을 대부분 전담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동절기 물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간에서 가격 인상 부담을 막아온 가스공사나 에너지 공기업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감축과 탄소중립 규제 영향으로 LNG 발전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한전과 가스공사는 정부 시책으로 원료비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갈수록 커지는 적자폭에 결국 올해 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민생을 고려해 인상을 억눌러온 기획재정부도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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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한국전력통계월보] *2021년 원전 발전량은 1∼11월까지.


◇ 탈원전서 다시 원전으로 회귀할 가능성 ↑


이같은 추세에 국내외에서 타 발전원 대비 저렴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이 필수불가결 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수요 증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란 평가에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전 연구·개발에 약 1조377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 유럽연합(EU)도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한 ‘지속가능한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유력 대선 주자들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 등을 언급하면서 차기 정부에서 탈(脫)원전 정책의 폐기 또는 수정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문 대통령 역시 최근 중동 순방을 통해 ‘원전 세일즈’를 펼치고 돌아왔다. 탈원전으로 시작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탄소중립, 코로나19, 에너지대란으로 다시 원자력으로 회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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