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원전 피의자’를 경제수석에 앉힌 청와대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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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 청와대 경제수석에 박원주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수석은 대전지검이 수사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의 주요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기소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무리한 인사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 절차마저 무시하는 정권의 오만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높다.

박 수석은 검찰이 지난 6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에 무려 16차례나 등장한다. 박 수석은 2017년 6월∼2018년 9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탈원전정책 이행을 위한 백 전 장관의 직무를 보좌했다. 그는 2008년 4월 하급자인 정모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이 “한국수력원자력 사람들이 월성 1호기에 대해 자꾸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고 하자 “그 사람들(한수원 직원들)은 왜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느냐. 어차피 원전을 돌리지 못하면 경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며 원전 조기폐쇄를 밀어붙였다. 박 수석은 당시 “한수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도 했다. 그는 또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탈원전정책에 반대한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 사퇴 압박에도 관여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긴 하지만 다 ‘클리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요소수 문제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이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할 사람이 박 수석”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전지검 관계자는 “박 수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처분을 내린 것이 없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지, 불기소 처분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일환 전 경제수석을 좀 더 있게 하면서 기소 여부가 결정된 뒤에 인사를 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이런 인사를 한 것은 검찰에 박 수석을 기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리수를 두며 이런 인사를 강행했겠나.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6개월짜리라 해도 청와대 경제수석은 에너지정책 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피의자에게 그런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사다.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당장 박 수석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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