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탄소중립 정책, 속도와 방향 모두 잘못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27 13:49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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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27일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됐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18일 의결한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모두 중단하는 안과 일부 LNG 발전을 남기는 안 등 두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채택됐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올리는 방안도 확정됐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가 지난 8월 5일 공개됐을때 정의당과 참여연대는 즉각적인 반대 성명을 내었다. 탄소중립 중립 시나리오가 제시하고 있는 세 가지 방안 가운데 2개의 방안은 2050년에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지 못하는 안이라는 것이 반대 성명의 요지였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은 약 7억 톤이다. 그런데 3가지 방안은 205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1500톤과 2500톤 정도로 남기는 것이다. 수치를 놓고 보면 사실상 0으로 만드는 방안과 별 차이가 없다.

‘50보 100보’라는 말이 있다. 전쟁터에서 두려움으로 전선에서 50보를 도망친 사람이 100보 도망친 사람을 비난할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의 세 가지 방안은 50보, 100보가 아니라 98보, 99보, 100보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데 98보와 99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방안으로 가자고 생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중립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덮여 버리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2번째로 탄소중립의 이행경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다행스러운 것이다. 어떻게, 어떤 기술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인가. 또 그것을 하는데 우리 국민이 얼마나 비용을 치러야 하는가. 이런 중요한 문제에 책임 있는 기관에서는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과연 이 목표가 현재의 기술로 달성이 가능한 목표인지도 따져봐야 할 중요한 점인데 방법도 없이 목표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전교1등을 목표로 삼을 수는 없다. 중간치기 학생이 10등까지 올라가는데 공부방법과 10등하는 학생이 3등까지 올라가는 공부방법이 다른 것이다.

현 정권은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방향은 맞는데 속도가 잘못되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는 한다. 현재 추진해서는 안되는 정책이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수사학으로 가리려는 것이다. 또다시 문제에 부딪치면 이런 속도론을 제기할 것이다. 이번에는 속도가 문제가 아닐 것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법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신규건설이나 계속운전을 배제하고 방법을 찾다가 보니 무리한 계획이 나오는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목표달성을 위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계획에 따라 추산해 보면 2050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480 GW(기가와트) 이상 건설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 수요가 100GW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전력설비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땅도 없고 돈도 없다. 또 이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의 태양광이 어느 날 갑자기 일몇 초라도 모두 전력을 생성한다면 우리나라 전력망은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인구가 10배 많고 국토는 100배 넓은 EU 27개국의 태양광 건설 물량보다 많다.

또 밤에는 작동되지 않는 태양광을 위해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 우리는 전력저장장치(ESS)를 건설해야 한다. 대충 추산해 보면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1000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다. 하루치 ESS를 건설하는데 대략 700조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장마철 50일을 감안하면 약 3경5000조 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다. 이런 비용을 계획기간인 30년으로 나누면 대략 매년 1200조 원이 소요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일년 예산은 600조 원이다. 매년 1200조 원이 넘는 금액을 단지 탄소중립을 하는데 집어넣어야 한다.

내 계산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계획에 대해서 시민 의견을 모으거나 국민과 소통한다면 최소한 알렸어야 하는 사실이다. 방향은 맞는데 또 속도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이 방법으로는 안된다는 얘기인 것이다. 면봉으로 마루를 닦으면 언제 다 닦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엄연하고 심각한 문제를 두고 참여연대와 정의당이 99보 100보를 논한 것은 표적가리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탄소중립의 당위성과 시급성이 그렇게 중하다면 그리고 현재의 방법으로 국가가 감당하기 어렵다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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