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원전 활용안 빠진 수소 대책...'반쪽짜리 수소경제' 되나

■'수소경제 2.0' 속도내는 정부...수소선도국가 비전 발표

국내 신재생에너지 경제성 낮고

해외 발전원 활용도 실현 미지수

전문가들, 원전 연계 그린수소 등

생산성 극대화 해법 제시했지만

정부는 '옐로수소'라며 평가절하





정부가 7일 공개한 ‘수소선도국가 비전’은 청정수소 보급 확대 및 기술력 확보 등 관련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총망라했지만 값싸고 효율적인 원자력을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안이 빠져 있어 ‘반쪽짜리 수소경제’ 방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청정수소 자급률을 25%로 끌어올린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75%는 호주나 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 관련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그린수소’ 생산 시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 변동폭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 보완을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도 필수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그린수소의 경제성과 관련한 물음표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공개한 ‘수소선도국가 비전’ 발표 자료는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제시한 수소 사용량 목표치를 늘려잡는 등 수소경제와 관련한 ‘장밋빛’ 전망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실제 3년 전 로드맵에서는 국내 수소 사용량을 2030년 194만 톤으로 제시했지만 이날 자료에서는 390만 톤으로 2배 늘려 잡았다. 또 3년 전 로드맵은 2040년 수소 생산량 및 수소차 보급 대수 등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날 자료에서는 2050년 관련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소경제 비전의 경제성이다. 정부는 2030년에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25만 톤, 화석연료에서 탄소를 포집해 수소를 추출하는 블루수소는 75만 톤을 각각 생산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소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3년 전 로드맵에서는 1㎏당 수소 가격을 2030년 4,000원, 2040년 3,000원으로 각각 제시한 것과 대비된다.



실제 국내에서는 낮은 경제성 때문에 그린수소가 단 1g도 생산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그린수소를 만들 경우 발전효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국내 신재생 설비는 미국이나 호주 등과 달리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데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의 발전효율도 해외 주요국 대비 낮기 때문에 수소 생산 시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의 태양광·풍력발전 등에 국내 수전해 기술을 접목해 국산 선박으로 수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이날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나라들이 미국·유럽연합(EU) 등의 기술 선진국인데다 에너지는 안보 문제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타 국가가 이 같은 우리 측 전략에 호응해줄지 의문이다.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국내외 탄소 저장소 확보 방안 또한 국내에서 생산된 탄소를 해외 저장소에 실어나르기 위한 비용이 상당한데다 국내의 높은 토자활용률을 감안하면 국내에 탄소 저장소를 설치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탄소를 지하나 해안가에 설치된 저장소에 계속 밀어넣을 경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 만큼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분야의 수소 활성화 방안 또한 아직 관련 기술력이 상용화 수준에 이르지 못한데다 향후에도 기술 고도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수소를 활용한 기술 개발보다는 차라리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라는 목소리도 철강 업계에서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경제성을 따져가며 수소경제 로드맵을 만들 경우 관련 생태계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주도하고 업계의 투자가 늘어나면 언젠가 수소경제의 사업성이 확보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산업부 내에서는 원전 등 기존 전력망을 발전원으로 삼아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옐로수소’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원전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전으로 생산한 수소는 오히려 ‘그린수소’에 가깝다. 학계에서는 신재생 발전 대비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EU 합동연구센터에 따르면 1GWh의 전력 생산을 위해 태양광은 8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반면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8톤에 불과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값싼 연료비를 바탕으로 24시간 가동 가능한 원전은 신재생 발전 대비 매우 낮은 가격에 청정수소를 만들 수 있다”며 “현재 기술 개발 중인 초고온 가스로를 활용한 수전해 방식 또한 경제성이 높다는 점에서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해외 주요국들은 값싼 원자력을 기반으로 수소경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원전을 활용해 향후 수소 가격을 1㎏당 2달러 수준까지 낮추는 방식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영국 원자력산업협회 또한 2025년 12~13GW 규모의 원자력발전을 활용해 매년 75TWh급의 수소를 양산할 계획이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