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탈원전, 4차 산업혁명과 양립할 수 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05 11:51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 교수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전기로 움직인다. 갑자기 전기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촛불이나 달빛을 벗 삼아 밤을 지새워야 한다. 펌프 가동이 중단돼 식수는 물론 화장실 등에 쓰이는 용수 공급이 끊긴다. TV, 에어컨, 세탁기 등 모든 전자기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통신도 두절된다. 기차, 전철도 멈추고, 신호등 꺼진 도로는 마비된다. 다양한 의료기기에 의지하는 중환자나 수술환자는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전기가 없으면, 우리 일상과 경제활동은 마비된다.

디지털 사회가 열리면서 우리 삶의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훨씬 높아졌다. 우리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사물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돼가고 있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작년 5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여기에 디지털 뉴딜도 포함돼 있다. 우리 경제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5세대 이동통신·인공지능을 활용·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구상은 앞으로도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다.

기후위기도 전기 수요를 키우고 있다. 2018년 10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를 최종에너지로 이용하는 추세가 빨라질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 수송, 건물 에너지 등을 전력화 또는 수소화해야 하며, 전력 비중도 2020년 22%에서 2050년 66%까지 높여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친환경 전기라야 탄소중립에 실질적 공헌을 할 수 있다. 전기생산에 석탄, LNG, 원자력 또는 재생에너지 등을 사용한다. 전기생산 과정에서 이들 에너지원의 탄소 배출량을 평가할 때는 발전시설 건설부터 폐쇄?해체까지 생애 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탄소를 고려한다. 이를 ‘발전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이라 한다. IPCC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gCO2eq/kWh)은 석탄 820, LNG 490, 태양광 48, 해상풍력 12, 원자력 12, 육상풍력 11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빈국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19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의 약 94%를 수입했다. 그 수입액은 1460억 달러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자원도 충분치 않다. 우리나라 태양광 패널 출력은 평균 3.8 kWh/kWp로서, 세계 최고 수준인 칠레의 6.4 kWh/kWp 대비 6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해상풍력 자원은 육상풍력 자원보다는 좋지만, 영국과 덴마크에 비하면 풍속이 느려, 같은 설비를 설치해도 발전량은 그들 나라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전력망도 고립돼 있다.

전기는 원할 때나 필요할 때 언제든 쓸 수 있어야 한다. 아무 때나 스위치만 켜면 형광등을 켤 수 있듯이, 우리가 원할 때나 필요할 때 전기를 쓸 수 있어야 효용 가치가 있다. 전기가 필요할 때 못 쓰면, 사소한 경우라면 약간의 불편함만 초래하겠지만, 심각한 경우라면 생명과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탄소 배출이 적다 해도 소비자 수요를 제때 못 맞추는 에너지원을 국가 전력공급체계에 과도하게 밀어 넣어선 안 된다.

전력수급계획은 열악한 에너지 환경 극복을 위한 것이다. 정부가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는 목적은 에너지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이에 실패하면, 전기에 기반을 둔 우리 일상과 경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 후,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을 조화시켜야 애초 취지에 맞는 전력수급계획이 된다.

원자력은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원자력은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이 적고 유지·보수 기간 빼고는 24시간 가동하며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격랑 속에서 디지털 사회 구현을 위해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탈원전 정책을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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