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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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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중국 전력 대란이 주는 교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04 10:24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중국에서 극심한 전력난(電力亂)이 발생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31개 성 가운데 20여곳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전력난 장기화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양초 사재기까지 벌어질 정도다.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 등 동북부 지역에서는 정전 사태로 난방이 끊기거나 건물 승강기와 거리 신호등도 작동하지 않는 등 주민 불편은 물론 각종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산업시설의 피해도 심각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제한되고 있다. 특히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 등 산업용 전기 공급이 제한된 중국 10여개 성에 위치한 기업들의 걱정이 크다. 중국 정부가 철강, 시멘트, 유리 등 전력 사용량이 높은 산업군에 대해 전력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달 17일부터 장가항포항불수강 가동을 일부 중단하였다. 현지에 진출한 LG화학, 현대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 두산 등도 전력난이 길어지면 정상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의 부품을 공급하는 공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에도 파장이 확산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상품시장까지도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 이런 전력난이 초래된 원인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첫째, 석탄부족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정부가 발전용 석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산 석탄을 수입 금지하고도 대체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최소 20일치의 석탄을 비축해야 하는 중국 6대 석탄화력발전소의 석탄 비축량이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더해지면 석탄 부족 현상과 전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둘째,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고 있다. 대안없는 억제정책의 비극인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전력난은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셋째, 중국당국의 전력가격 통제이다. 전력요금을 통제하자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발전사업자들이 신규 발전소 건설을 기피하고 전력생산에도 소극적인 상황이다. 정치가 결국 생산자를 압박하게 된 것이다.

넷째, 시진핑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에 정점을 찍고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여파이다. 정치적으로 그런 선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정부관료가 현실을 감안한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덩달아 에너지 절감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그 밖에 일부 지역에서 강물이 부족하고 바람이 적게 불어 수력과 풍력 발전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뭘까. 무엇보다 일단 전력부족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발전소 건설에는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급격한 정책변화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도 중국의 전력난을 초래한 정책의 난맥상에서 유사성이 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첫째, 최고정책권자의 독단이 만든 문제라는 점이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공약은 원자력정책을 재검토한다는 것이었지 대통령이 되자마자 곧바로 탈원전을 선언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진지한 검토없이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둘째, 공무원 조직이 무너져 버렸다. 장관과 정부부처는 균형이 필요하다. 전자가 강하면 졸속정책이 야기되고 후자가 강하면 공무원에게만 좋은 정책이 나온다.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국민에게 가장 좋은 상태인데 정부가 덩달아서 칼춤을 추어버린 것이다.

셋째, 전기요금 상승을 억지로 막은 것이다. 한전이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의 인상을 억제하고 인상분을 가정용이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에 반영함으로써 국민이 체감을 못하게 했다. 지금은 불경기에 따라 전력수요가 낮으나 경기가 회복되면 전력부족의 사태가 발생할 것은 뻔하다.

넷째, 정책의 결과 민생에 어떤 영향이 발생하고 산업적으로 어떤 악영향이 초래될 지 따져보지 않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2050 탄소중립계획’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전력저장장치 구축, 전력망 구축에 수천 조원의 비용이 수반되는 것을 감추고 있다. 전기요금의 인상, 전력부족의 상황이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보고 있지 않다.

중국의 이번 전력부족사태도 그렇지만 우리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널려 있다. 그걸 애써 외면하는 행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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