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원전 반대" 100만명 서명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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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탈원전 반대 서명이 드디어 100만명을 넘었다. 2018년 12월 13일 시작되어 온라인 서명과 자필 서명으로 진행된 범국민 서명운동이 2년9개월 만에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100만명 도달까지 비록 긴 시간이 걸렸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그 의미는 크다. 유권자 4400만명의 2%가 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 범국민 서명운동은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와 환경에 심대한 폐해를 유발하는 탈원전 정책의 시정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기 위해 추진되어 왔다. 2~3년 전만 해도 탈원전의 여러 심각한 부작용은 에너지 문제에 관심 있는 소수만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탈원전 문제점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대폭적으로 확산됐다. 이 사실은 서명 숫자 증가 추이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지난주에 발표된 매일경제신문·MBN 여론조사에서 향후 원자력 발전 비중의 유지 내지 확대 대 축소 선호의 비가 74대 19로 나타났다. 탈원전은 원전 비중 축소를 의미하므로 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이 찬성자의 3.9배나 된다는 것이다. 탈원전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 선호에 대한 조사는 이번 조사를 포함해 지난 약 3년 동안 12차례나 있었다. 한국갤럽이 일반 정치 여론조사를 할 때 가끔씩 이 항목을 추가해 조사한 것이 4회, 원자력학회가 세 여론조사 회사에 의뢰해 실시한 원자력 인식 조사가 5회, 전경련과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 의뢰한 에너지 인식 조사가 각각 1회,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의뢰해 조사한 1회이다. 이 12회 조사에서 유지 내지 확대 대 축소의 비는 제일 처음인 2018년 6월의 갤럽 자체 조사 한 번만 제외하고 모두 2를 넘었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국민이 최소한 3명 중 2명꼴이라는 사실이 일관되게 나타났던 것이다.

2017년 대선 때만 해도 후보 5명 중 4명이 탈원전에 찬성할 만큼 원자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와 경주 지진, 영화 판도라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원전의 제반 폐해 즉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무고한 몰락, 한전의 적자 누증과 부채의 과도한 증가, 이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 화력 발전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대폭 증가와 LNG 수입액 3조원 이상 증가 등이 드러남에 따라 탈원전에 대한 국민의 문제의식은 점차 확대됐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의 치명률이 1조kwh당 0.5명(참고: 우리나라 40여 년간 총 원자력 발전량은 약 4조kwh)으로 극도로 낮아 원자력의 생명 안전성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됐다. 탈원전 반대 대 찬성비가 2 이상 유지되어 오다가 급기야 최근 조사에서는 3.9에 달했다는 것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거기에 더하여 탈원전 반대 서명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가히 탈원전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압도적인 탈원전 반대 여론을 수용해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인 원자력의 정상화를 공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주도하던 탈원전 반대 거리 서명은 중단됐지만 온라인 서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서명 사이트 okatom.org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입력해 전파하면 동참과 권유도 쉽게 된다. 이 서명이 내년 대선까지 200만명을 넘어서면 원자력 정상화에 대한 더욱 강력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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