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때문에...유럽, 풍력발전량 감소에 에너지 가격 사상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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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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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독일헬고란트에서 30km 떨어진 북해에 위치한 RWE 해상풍력발전단지. 지난주 북해 지역 바람이 잦아들면서 풍력발전이 타격을 입어 유럽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잦아든 바람 때문에 유럽 에너지 가격이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북해 지역의 해상 풍력발전소들이 거의 멈춰서면서 전력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변수가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간) 그러잖아도 상승세를 타던 유럽 천연가스·전력 가격이 북해의 풍력발전단지 가동이 멈추면서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수주일 동안 북해에 부는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해상 풍력발전단지 가동이 거의 멈춰서 유럽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석탄화력 발전소가 부족한 전력 공급을 메우기 위해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세 속에 이미 상승세를 타던 천연가스 가격은 사상최고치로 뛰었다.

또 이산화탄소(CO2) 배출 문제로 오랫동안 기피대상이던 석탄 역시 화력발전소들이 재가동되면서 오랜 가격 침체를 딛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유럽이 이제 긴 겨울을 앞두고 있어 풍력발전 급감은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기비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영국이다. 영국의 기후대응 핵심이 풍력발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로 목표 달성의 핵심 동력이 거대한 북해 풍력발전단지를 비롯한 풍력발전이다.

풍력발전 가동이 거의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석탄화력 발전이 재가동되자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데이터제공업체 ICIS의 스테판 콘스탄티노프 선임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전력 가격 상승에 대해 "많은 이들이 놀랐다"면서 "전력 수요가 높은 겨울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전력) 시스템 안정성에 실질적인 문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전력가격은 이달 중 2배 넘게 폭등해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풍속이 약화하자 영국내 전력가격은 메가와트시 당 285파운드(약 46만원)으로 올랐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전력 시장에서도 전력 가격이 치솟았다.

전력시장의 가격 책정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생산비가 가장 높은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한다.

전력 생산비가 높은 화력발전소가 전기를 공급하게 되면 전체 전력시장이 가격 인상에 들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화석연료를 때는 발전소는 천연가스, 석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세로 인해 전력 생산비용이 높다.

전력·천연가스·석탄·탄소배출권 시장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상승 악순환에 접어든 형세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우선 석탄 화력발전 확대를 부르고, 탄소배출권 수요 역시 올라 이들 가격을 모두 끌어올린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전력회사들은 다시 천연가스 발전으로 이동하고, 이렇게 되면 천연가스 가격이 또 뛴다. 악순환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채권매입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결정한 배경이다.

한편 영국 전력시스템 운영사인 내셔널그리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전력생산의 25%를 풍력발전이 담당했다. 내셔널그리드는 이달 바람이 잦아들자 노팅햄셔의 웨스트버튼A 화력발전소 재가동을 요청했다.

앞으로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영국은 2024년까지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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