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탈원전 피해 책임 시사점 준 美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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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검찰이 원전(原電) 건설 중단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후 국내 언론에서 뜨거운 공방전이 일고 있다. 원전 업체가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것이 중대범죄라는 시각과 원전 건설을 더 일찍 중단하지 않은 것이 중대범죄라는 시각 간의 공방전이다. 마치 우리나라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원전 관련 법리 공방을 미국 사건을 통해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분명한 것은 있다.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 미공급으로 인해 발생한 시민들의 피해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든 대한민국이든 어느 법원도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미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사실이다. 현재 우리 법원에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경제성 평가의 왜곡 여부와 누가 왜곡하도록 지시(배임교사)했는지를 심리하는 중이다. 검찰은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왜곡 주체이긴 하지만, 위법행위를 하도록 당시 청와대 산업비서관과 산업부 장관이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원전 건설 채무불이행의 민사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파산이라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다투는 사건이고, 우리나라는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원전을 권력기관이 개입해 부당하게 폐쇄했는지를 다투는 사건이다. 한·미 양국의 사건 간에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법원이 누군가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산업부 장관이 평가 왜곡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그 반면에, 피고 측은 이러한 사실보다는 검찰이 공소장을 제출할 때 불필요한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하는 등 절차적 하자(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반)가 있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본(一本)주의 원칙은 법적 근거가 없는 관행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도 똑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법원은 이를 절차적 하자로 보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공소장과 함께 제출된 서류들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국내 원전 관련 소송은 새삼스럽게 조기 폐쇄 자체가 정당한지를 다투는 사건이 돼선 안 된다. 즉, 발생한 손해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재판이 돼야 한다. 월성원전 1호기는 1조8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당국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조기 폐쇄된 바 있다. 심지어 부지 매입 비용 등 7900억 원이 투입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중단된 바 있다.

지난 8일 한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탈원전 등으로 인해 지출 부담이 크게 늘었으며, 올해에만 약 4조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료 인상만이 답인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이를 막고 있다. 결국, 원전 조기 폐쇄와 새 원전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미국의 원전 건설 중단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과 법원의 엄중한 책임 추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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