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원자력은 기상이변서 국민 지킬 에너지복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30 09:50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 교수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올 여름 독일, 중국, 인도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나면서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미국 북서부 지역과 캐나다에는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는 열돔 현상 때문에 이 지역 역대 최고기온인 섭씨 50도 전후의 폭염이 덮쳤다.

우리나라도 7, 8월에 걸쳐 불볕더위가 이어져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더위였다. 무더위에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도 있었다. 더 암울한 것은 우리 남은 생애 중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취약계층의 여름은 더 혹독하다. 이들은 에어컨이라는 보호장치 없이, 맨몸으로 무더위를 견뎌야 한다. 에어컨이 있다 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맘대로 켜지 못한다. 지난 7월 말 서울 도봉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노부부의 집엔 더위를 피할 에어컨도 없었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생활상을 여실히 보여준 안타까운 사례다.

우리나라 가구 중 약 130만 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이다. 현재 에너지 빈곤층을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작년 10월 진상현 경북대 교수가 한 정책 토론회에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상대적 에너지 빈곤이나 최소 생계급여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에너지 빈곤층이 108∼127만 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에 해당한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재 중 하나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이 낮아 전기 사용에 크게 제약받고 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적절한 냉난방을 할 수 없어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등 에너지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에너지 빈곤층이 점점 심화하는 기상이변에 대응하기엔 충분치 않다. 또 에너지 빈곤층은 전기 사용 제약으로 디지털 격차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정보가 넘치는 세상과 단절될 수 있고, 빈곤층 자녀는 다양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접속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개개인의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달라, 국민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가 의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이기에 익숙한 국민 개개인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국가가 해야 하는 의무는 어렴풋이나마 윤곽을 잡을 수 있다. 값싼 고품질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값싼 고품질의 전기는 선진복지 국가의 밑바탕이다. 취약계층에게 전기는 혹독한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최소한의 삶의 질을 지켜주는 보호장치다. 취약계층을 비롯해 노약자를 위한 교통, 통신, 의료 시설운영에도 필수적이다. 모든 국민의 삶의 질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2011년 발생한 9·15 대정전 사태는 전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대표적 사례다.

기후변화로 점점 힘들어지는 에너지 빈곤층의 생존과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에너지 복지대책이 시급하다. 다른 시·도보다 많은 서울시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을 보면, 2020년 6월~9월 기간에는 255.9kWh, 2020년 11월~2021년 2월 기간에는 237.23kWh였다. 정부는 이 데이터를 고려해, 에너지 빈곤층에 제공할 기본전력량을 정하고, 무상이나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값싼 전기가 필수다. 한전의 2020년 발전원별 전기 구매단가(원/kWh)를 보면, 원자력 59.7, 석탄 81.6, 수력 81.7, LNG 99.3, 신재생 149.4이다.

원자력은 국민 100%를 위한 에너지다.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에너지 빈곤층까지도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 100%의 에너지 복지를 위한 국가 의무다. 인류 조상이 두렵고 위험하다고 불의 사용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문명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원자력이 무섭고 위험하다고 포기한다면, 국민 100%를 위한 복지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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