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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태양광 광신도가 수립한 탄소중립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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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24 07:00:16   폰트크기 변경      

지난 8월 5일 2050탄소중립위원회의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2050년까지 석탄과 LNG 발전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림으로써 2018년 기준 6억8천630만 톤에 달하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다. 100%를 감축하는 것도 아니다. 제시된 세 가지 시나리오로는 부문별 목표만을 제시한 것이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수단을 여기저기 흩어놓아서 쉽게 조망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에너지사용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2019년에 사용한 전력에너지가 44.8백만TOE(석유환산톤)이고 자동차 휘발류와 같이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가 186.6백만TOE이다. 화석연료의 사용분이 전력보다 4배 많으며 즉 화석연료사용분까지도 이산화탄소 순배출이 '0'이 되어야 탄소중립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 또는 수소로 충당되어야 한다.

  한편 이번 발표의 숨겨진 수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769TWh(테라와트시)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태양광 발전의 이용률이 약15%이고 풍력발전의 이용률이 20%임을 감안하면 태양광을 460GW(기가와트)로 늘리고 풍력을 50GW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가 90GW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의 5배에 달하는 태양광 설비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한 땅과 보조금을 우리 국민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부족한 전력은 동북아그리드를 깔아서 중국과 일본의 신세를 질 계획으로 되어 있는데 그들이 전력공급을 의존할 수 있는 친근한 이웃인가? 이는 에너지 안보 차원의 문제이다. 산업부가 아니라 국정원이 다뤄야 할 사안이다.

  또한 수소의 80% 이상을 수입해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에서 퇴출된 철강회사가 중국으로 간다고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듯이, 메탄(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수소를 남기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는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만들건 수입을 해오건 지구적으로는 메탄을 쓰는 것과 같다. 수소를 우리나라가 수입해서 사용하면서 나는 어떻게 만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 외면이다.

  원자력을 탄소중립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도 무시되었다. 2018년 송도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국제패널(IPCC)은 원전확대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영국은 풍력과 원전을 이용한 탄소중립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원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통하여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외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필요로 할 때에 전력생산이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어느 순간 너무 많은 전력이 생산되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최대전력수요의 5배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에서 1년에 하루라도 동시에 전력이 생산된다면 우리나라 전력망은 어떻게 되겠는가? 독일의 경우에는 남는 전기를 이웃나라인 폴란드와 헝가리로 송출한다. 이 때문에 과도한 전력공급으로 이웃나라에도 문제가 된다. 그걸 선동가들은 전력을 수출했다고 포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과잉된 전기를 보낼 이웃도 없다. 전력망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이렇게 과잉의 태양광 설비를 보유하겠다는 것이가?

  양수발전소를 건설해서 남는 전기는 수력발전소에 물을 퍼올리고 전기가 부족할 때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쓰자고 하는데, 이는 자연적으로 물을 가둘 지형이 되는 곳에만 설치가 가능하다. 그나마도 환경단체는 이에 대해 쭉 반대해오지 않았던가?

  재생에너지 발전의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공장을 지어놓고 이렇게 잠깐잠깐 가동하면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 우리 국민과 후손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될까?

  우리나라는 태양광 자원마저도 풍부하지 못하다. 그래서 같은 태양광 발전소라도 미국에 건설한 것의 절반밖에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태양광을 확대 보급하자고 이런 말도 안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광신도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프랑스는 원전 56기와 수력발전을 통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이 95%이다. 킬로와트시(kWh) 생산당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33그람으로 독일의 1/11 수준이다. 전기요금은 이웃나라보다 40% 저렴하다. 게다가 2050년 IPCC(정부간 기후변화패널)의 전력부문 탄소중립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탈원전 정책만 포기하면 우리는 더 높은 목표를 더 쉽고 싸게 달성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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