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검증]④에너지·환경-“대증요법 보다 원칙 기반 정책 중요"

연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로 인해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경주 지진 이후 원전 안전성 역시 중대한 정책 이슈로 자리잡았다. 이번 대선에서 이 두 문제를 빼고 에너지 정책을 논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계를 잠시 2~3년 전으로 돌려보자. 그 당시 우리는 낮은 전력예비율 때문에 순환단전과 블랙아웃이 우려됐다. 그래서 발전소를 추가로 더 지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 넘던 시기였다. 해외자원을 비싼 값에 사들였다. 이 모두가 필요했던 정책이었지만 엇박자로 추진됐던 탓에 비싼 학습비용을 치렀다. 대증요법보다 원칙에 기반한 정책이 요구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감성적인 차원에서 대증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 에너지신산업과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을 위한 긴 안목을 갖고 설계해야 할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유연탄 발전을 지목하기 전에, 유연탄 발전의 폐기로 과연 얼마나 환경과 건강 편익을 거둘 수 있을지 부터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수십조원 규모에 달하는 관련 정책을 국민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정성적으로 추진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류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유연탄 발전의 폐기나 축소로 미세먼지 농도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검토 결과가 나온다면, 그 예산을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차량 이부제 시행일에 시민들이 지하철을 안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역사의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데 예산을 집행하거나, 초중고 실내체육관 공급, 재택근무를 위한 IT 시스템 구축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은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책 간 정합성 확보도 중요하다. 최근 최대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며 경제성을 갖춘 전력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상조건에 의해 전력생산이 간헐적인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과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는 한계적이기 때문에 결국 다양한 에너지원별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아울러 전력시장의 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 시스템에 기술이 녹아들려고 하면, IT와 인공지능만으로는 안된다. 시장 규칙이 통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지난 스마트그리드 정책의 실패에서 경험했다. 전력시장은 특히 배출권거래, 에너지 프로슈머, 수요자원 관리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을 구체화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가격 결정에 시장 경쟁원리가 도입돼야 한다. 전력공급 단계별로 경제적 비용 외에도 환경성, 공급안정성 관련 암묵적 비용도 반영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정책을 국내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해외로도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 해외자원개발은 이미 비싼 학습비용을 치렀다. 고액과외를 받고 그냥 퇴출하는 수험생은 없다. 석유나 가스 외에도 희토류를 포함한 해외자원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 확대돼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공약 검증]④에너지·환경-“대증요법 보다 원칙 기반 정책 중요"

박호정 고려대 교수 hjeongpark@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