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39] 기후변화 수능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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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7년마다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는데, 이번 제6차 보고서에 관한 반응은 특별히 뜨겁다. 세계 각국의 기후과학자 200여 명이 참여해 작성하고 195국 대표단이 승인한 이번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를 위한 요약본’만 42쪽에 달한다. 이 두툼한 보고서의 가장 묵직한 결론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의 주범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9년 6월 17일에 길 잃은 북극곰은 러시아 산업도시 노릴스크 외곽의 도로를 걷고 있다./AFP 연합뉴스

전례 없이 뜨거운 여름에 받아 든 이 뜨거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만년 동안 지금보다 더 뜨거운 적은 없었다. 2003~2012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0.78도 상승했는데, 2011~2020년에는 1.09도나 상승했다.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 누적 총량과 지구온난화 사이에 깔끔한 선형 관계가 드러났다. 그동안 줄기차게 음모론을 제기하던 일부 전문가들은 또 어떤 궤변을 준비하고 있을까?

2018년 이회성 IPCC 의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택으로 도출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의 1.5도 상승 시점을 2030~2052년으로 예측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여러 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번 제6차 보고서는 이 시기를 10년이나 앞당겼다. 이미 1.1도 올랐고 1.5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모든 걸 제쳐 두고 맨 처음 한 일이 파리기후협약 복귀였음은 엄청난 상징성을 지닌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들은 도대체 어느 행성에서 살다 온 사람들인가? 입시 지옥은 왜 10대들만 치러야 하나? 먼지떨이 국가대표를 뽑는 듯한 허접스러운 토론은 집어치우고 IPCC 6차 보고서를 교과서 삼아 ‘기후변화 수능 시험’이나 보게 하자. ‘기후 깡패 국가’의 대통령에게는 필수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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