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영 실적 '빨간불'…전력 구입가격 올 들어 두 배 올랐는데 전기요금 그대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1 17:57

지난 10일 전력시장도매가격(SMP), ㎾h당 100.74원, 연초 대비 두배 넘게 올라



한전, 연료비 연동제 잇단 유보 속 전력 구입 비용 늘어나 수익 악화 가능성



SMP오르면 발전공기업 수익 늘지만 연료비 증가 속도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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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력도매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급등과 연료비연동제 유보로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의 경영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SMP는 지난해 11월 월평균 ㎾h당 40원대까지 폭락했지만 어느새 ㎾h당 100원대를 넘어섰다. 불과 1년도 안돼 두 배 가까이 뛰었다.

11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가중평균 SMP(육지 기준)는 ㎾h당 95.30원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치는 98.94원을 나타났다. 전날 최고 가격으로 거래된 SMP는 ㎾h당 100.74원에 달했다.

가파르게 상승한 국제유가, 석탄가 등 원료구입비 상승, 액화천연가스(LNG) 가동 증대가 원인이다. SMP가 오르면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공기업의 수익은 증가하지만 이를 사들여 소매로 판매하는 한전 수익은 감소한다. 연료비 상승으로 도매 전력요금은 오르는데 소매 전기요금은 인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지난해 누린 저유가 효과를 올해는 누리지 못해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해 41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MP는 한전이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력 가격이다. 석탄발전·원전 외 일반발전기에 대해 거래시간별 전력량에 적용해 계산한다. 통상 수개월 시차를 두고 유가가 반영된다. 전기요금이 고정된 상황에서 SMP가 상승하면 한전 경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연료비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SMP가 떨어지면 발전사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에는 SMP가 이례적으로 떨어지면서 발전공기업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SMP 상승 속도보다 연료비 증가 속도가 빠를 수 있어 역시 수익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해 3분기 분까지 두 차례 전기요금 조정 기회를 가졌지만 모두 연료비 증가에도 한번도 요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다음달 예정된 4분기 분 전기요금 조정 때도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한전의 올해 실적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2019년 하반기 이후 국제 연료가격 하락과 수요감소 등으로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는 6조원 감소했다"며 "유가 등의 국제 연료가격은 5~6개월 시차를 두고 SMP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설명대로라면 늦어도 3분기에는 국제연료비가 전기요금에 반영됐어야 하는데 3분기에도 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연료비 상승이 계속된 2분기와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세 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은 1조원대 경영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요금이 매분기 정부 고시 상한선대로 kWh당 3원씩 올랐거나 오른다고 가정하면 올해 2∼4분기 전기요금 총 인상분은 kWh당 9원이 된다. 인상률로 따지면 10% 가까이 될 수 있다.

한전은 지난 실적 공시에서 ‘전기요금 1% 변동 시 당기손익 및 자본에 1445억 9400만원의 증감이 발생한다’고 기재했다. 이를 기초로 올해 10% 인상을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1조원 대의 수익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료비 인상분이 실제로 반영되지 않아 그만큼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전이 인상요인을 그대로 반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전은 지난 실적 공시에서 ‘당사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정부의 전기요금규제로 전기요금 변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리 없다"며 "유일한 호재는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판매량 급증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탈석탄 기조로 SMP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큰 가운데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실현하려면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계속 미루면 결국 한전의 재무구조만 나빠지고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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