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신재생E 확대에 세계 석탄 대란 조짐…결국 원전 의존 가속 전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02 16:11

글로벌 탈석탄 속 수요급증에 가격급등…호주산 유연탄 값, 작년 말 대비 2배 상승



발전용 석탄 가격은 2008년 9월 이후 13년만 최고치…작년 9월 비해선 3배 올라



국내 석탄발전업계 대책 부심…"탈석탄 더해 비용상승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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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박성준 기자] 폭염 등 이상기후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글로벌 석탄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탈석탄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자원 및 발전업계가 ‘석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내 발전업계에선 석탄 가격 급등으로 석탄발전 비용이 올라가면 탈석탄을 더욱 가속화해 결국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효율은 좋으면서 비용은 낮은 원전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명분이 갈수록 무색해지는 분위기다.

2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Australia Premium Low Vol) 가격은 1t(톤)당 212.5달러로 지난해 12월(101달러)보다 2배 넘게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 영향에 중국에서 하반기 비축수요까지 몰리면서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띄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유연탄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던 WTI(서부텍사스산) 가격이 70달러 선으로 2.5배 가량 뛰었다. 석탄 소비 비중이 높은 중국이 겨울철 연료 사용을 위해 유연탄을 비축하고 있다.

또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도 유연탄 가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연탄 주요 소비국인 중국에서 호주산 공급을 중단하면서 다른 생산국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중국은 미국과 우호적인 호주에 타격을 주기위해 수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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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발전용 석탄 가격추이(단위 : 톤당 달러)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호주산 발전용 석탄 가격은 톤당 150달러를 돌파했다. 과거 2008년 9월 이후 13년만에 최고가다. 12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지난 6월에 비해 25% 가량 급등한 수준이자 35달러에 불과했던 작년 9월에 비해 세 배 넘게 뛰어오른 상황이기도 하다.

FT는 "올해 석탄 가격의 상승세는 각각 28%, 25%씩 오른 부동산, 금융자산을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금융그룹인 스티펠의 벤 놀란 애널리스트는 "석탄이 죽었다는 소식은 결국엔 크게 과장된 격"이라며 "가격과 수요에 매우 민감한 미국 발전용 석탄 수출이 올해 194%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가격이 오른건 석탄뿐만이 아니다. 이를 운송하는데 가격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클락슨 플라토 증권에 따르면 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18만톤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9만톤급 파나막스 벌크선, 6만톤급 수프라막스 벌크선의 스팟 운임료가 최근 각각 3만 2800달러, 3만 1800달러, 3만 1600달러를 기록했는데 모든 종류에서 운임료가 3만 달러선을 돌파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추세는 또한 지난 5주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재앙, 탈(脫)탄소, 녹색금융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은 역설적인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며 "벌크선들은 석탄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운송하느라 바쁘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탄발전업계, 상한제·연료급등 ‘진퇴양난’ 

 


세계적으로 석탄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전력수급에서 원자력발전소 의존도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정부도 부담스럽다.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늘렸지만 여전히 전력피크 시간 기여도가 1%대에 불과하다. 석탄발전 대체 전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많이 돌리면 전기료 상승 압박이 커지게 된다.

올해 도입된 연료비연동제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연료비 상승에도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와 집권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제도의 실효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석탄발전업계로서는 석탄발전 상한제, 연료비 급등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진퇴양난의 처지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원전 가동률을 높이면 탈원전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한 석탄발전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연탄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국내 석탄화력발전 업계 영업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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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세계 태양광 패널, 석탄 발전 의존한 중국산"
탄소중립 아이러니 

 


이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석탄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세계적 ‘탄소중립’ 추진이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 상당수가 대규모 석탄 발전에 의존한 중국산 부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로비 앤드루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WSJ에 "중국 업체들이 석탄을 손쉽게 쓸 수 없었다면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금처럼 싸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탈탄소 기조 또한 석탄 수요 증가 앞에선 무용지물인 모양새다. FT는 "재생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결국 화석연료가 이 공백을 매우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이어 "석탄의 부활은 각국 정부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보호를 위해 각국이 내놓은 정책은 석탄 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석탄과 원전의 공백을 LNG가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NG는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지만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LNG 수요가 늘면서 비싼 현물 가격을 내고서라도 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이례적 폭염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LNG의존도가 높아지면 공급 부족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기 쉽고, 이는 전기료 상승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송과 난방 분야에서 화석에너지를 전력으로 대체해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율을 높이고 그 전력은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원자력과 더불어 무탄소 전원이지만 아직 불안정하며, 전기료 부담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LNG 또한 탄소 중립 실현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로 LNG 확대의 길을 열어 놨더라도 이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원자력 회복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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