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실로 드러난 탈원전 후유증…"원전 가동 줄어드니 전력가격 상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01 10:37

- 전력거래소, ‘6월 전력시장 운영실적 보고서’에 "전력수요 및 원전 예방정비 증가로 SMP 상승" 기재



- 정부, 7월 들어 수급불안 가중되자 원전 3기 조기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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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 SMP=원/kWh, 원전이용률=%.[자료=전력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 4년 간 추진된 탈원전 정책의 우려했던 후유증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탈원전이 폭염 속 전력수급 우려의 원인으로 지적된데 이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국전력 전력구입가격 상승의 직접 요인으로 공식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감독을 받는 비영리특수법인 한국전력거래소가 최근 전력시장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의 급상승 원인으로 코로나19 영향 완화에 따른 전력수요와 원자력발전소 예방정비의 증가를 꼽았다. SMP는 원자력·석탄·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의 전력 생산 비용 등을 고려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전력거래가격이다. 한전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온다. 한전으로선 이 가격이 높아지면 전력을 비싸게 사와 비용이 커지는 만큼 전력 소비자 전기사용료인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던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1일 전력거래소가 작성하는 ‘2021년 6월 전력시장/신시장 운영실적’ 보고서에는 ‘전력수요 증가(4.3%) 및 원자력 입찰량 감소(-19.5%)로 인해 전력시장 가격이 17.2% 상승했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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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2021년 6월 전력시장/신시장 운영실적’]


실제 원전 이용률은 1∼5월 70%대에서 6월 60%로 급락했다. 예방정비에 돌입한 원전이 지난해 5대에서 올해 8대로 늘어난 게 원인이다. 현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신규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가동 원전 조기폐쇄,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등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7월 들어 폭염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해 전력공급 예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자 예방정비 중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를 긴급 조기 투입해 가동하고 있다. 이번 달 중에는 한울 3호기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원전 줄고 LNG 늘면서 SMP 상승 

 


원전 이용이 줄면서 단가가 비싼 LNG 가동률이 늘어나면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인 SMP가 오르게 된다. 올해 LNG가 SMP를 결정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30.2% 급증했다.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5월)에 따르면 지난해 5월 SMP는 70.91원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79.10원으로 올랐다. 5월 기준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64.76원, LNG가 102.71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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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시장가격 결정 발전기 예시. 전력거래소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가격은 1시간 단위로 전력거래 당일 하루 전에 결정되며, 하루 전에 예측된 전력수요곡선과 공급입찰에 참여하는 발전기들로 형성되는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시장가격이 매 시간 단위로 결정된다.

공급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의 비용 최소화 원칙’에 따라 발전기 가동여부와 발전출력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 중 가장 높은 발전비용(변동비)의 발전기를 한계가격 결정 발전기로 처리하고 이 한계가격을 그 시간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한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시장가격 결정 발전기 예시 그래프 중 12시부터 13시 사이의 SMP는 가장 높은 발전비용의 발전기인 LNG발전기가 ‘시장가격결정발전기’가 되고 이 SMP가 그 시간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전력업계에서는 연내 SMP가 100원/kWh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전의 구매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SMP 변화에 따른 한전 영업이익 민감도는 1원/kWh 상승에 연간 2300억 원 감소로 추정된다.


 

정부·여당 "에너지전환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 없다" 고수 

 


이처럼 원전 가동률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9년, 2008년 이후 11년만에 역대 최악인 1조35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탈원전으로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원전 가동률을 65.9%(2018년)까지 떨어뜨렸던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원전 가동률을 75.3%(2020년)까지 끌어올려 손실을 만회했다. 당시 한전은 "전기요금은 유가와 연동이 돼 있다. 소위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 변동이 있었던 건 현재까지 사실들과 다른 얘기"라고 밝혔다.

한전은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2020년~2021년에는 연료비 하락으로 흑자 전환 및 이익 증가, 2022년 이후에는 연료비 상승,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비용, 환경비용 등 증가로 이익 감소 또는 적자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한전은 영업이익 전망에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조6563억원, 1343억원의 흑자를 예상했다.

실제 2020년 한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원전 가동률 증가로 전력구매비용이 낮아져 2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2023년과 2024년은 1조 4589억원, 2조 5853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2022년부터 연료비가 오를 것이란 한전의 예상과는 달리 올해부터 국제유가가 올라 경영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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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전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이미 국제유가는 올해초 배럴당 20달러대에서 7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까지 원전을 17기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요인 있음에도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인상을 유보하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야당의 주장은 과도하다"며 "4분기에 (전기요금이) 오르더라도 대략 3~4원 수준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고지서에 크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유가뿐만 아니라 석탄값,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유가가 오르면 연동제 조정요금이 오를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 장치가 있어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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