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사외칼럼

탈원전·탄소중립…같이 갈 수 없는데, 갈 수 있다는 정부 [Big Picture]

입력 : 
2021-07-15 00:04:03
수정 : 
2021-07-16 09:57:03

글자크기 설정

탄소중립과 원자력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1차 에너지원 80%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에서 75% 발생

인류의 생존 좌우할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늘릴 필요있지만 나라마다 처한 자연환경 달라

안전성·경제성 입증된 원자력
이산화탄소도 거의 배출 안해 기후위기 상황서 중요성 부각

세계최고 원전기술 가진 한국
무모한 탈원전에 산업 무너져 탄소중립委에 원전전문가 `無`
사진설명
세계 각 지역에서 들려오는 사상 최고 폭염과 초대형 산불, 폭우, 한파, 폭설 소식은 기후위기가 비교적 멀게 느껴졌던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님을 더욱더 실감하게 한다. 지난 6월 북미 서부지역은 10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고, 이번주 캘리포니아는 데스밸리에서 54.4도라는 경이적인 온도를 기록하며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다. 뉴욕시는 허리케인 엘사로 물폭탄을 맞아 지하철이 침수되는 등 홍수를 겪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은 폭염, 폭우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무더운 지역으로만 알고 있던 텍사스가 극심한 한파와 폭설로 대정전을 겪었다. 유럽, 아프리카, 호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2021년 6월)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43개국 732개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1년과 2018년 사이에 더위로 인한 사망의 37%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5만명이 기후변화로 인해 사망하고 있고, 미국 전미경제연구소는 이대로 간다면 2100년에는 10만명당 73명이 기후변화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78억명 인구를 기준으로 봐도 매년 570만명이 기후변화로 사망한다는 뜻이다. 우리 삶을 크게 바꾼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반 동안 발생한 전 세계 사망자 405만명보다 훨씬 큰 인명 피해다. 대책이 시급하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후위기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0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5%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약 1만년 동안 260~280ppm 수준을 유지했으나, 불과 약 100년 사이에 400ppm을 넘었다.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없다면 2100년에는 약 900ppm에 도달할 것이고, 지구 평균온도는 최대 4.8도 증가할 것이라고 2014년 채택된 IPCC 5차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2018년 채택된 IPCC 특별보고서 '지구온난화 1.5도'는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된 국가별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2030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20~580억t에 이르러 2100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2도 증가 시 산호초의 99% 이상이 소멸하고 생태계와 인류는 '매우 높은 위험'에 처하게 되며,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산호초의 소멸을 그나마 70~90%로 막고 '매우 높은 위험'을 '높은 위험' 수준으로 막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께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IPCC 보고서는 제시하고 있다. 순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화석연료가 세계 1차 에너지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시급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인류 생존을 위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냉철한 사고와 합리적 판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1차 에너지원은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석탄, 석유, 가스를 포함하는 화석연료, 수력, 태양광, 풍력을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그리고 원자력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고, 저탄소에너지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늘려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건물 냉난방, 산업 부문에서 최종 에너지 소비를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는 수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깨끗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세계의 연료별 전력 생산(2019년 기준)은 석탄 36.7%, 가스 23.5%, 석유 3.1%, 원자력 10.4%, 수력 15.8%, 풍력 5.3%, 태양광 2.7%, 지열 등 기타 재생에너지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과 수력이 26.2%로 저탄소 전력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태양광과 풍력이 8%를 차지하고 있다. IPCC 특별보고서 '지구온난화 1.5도'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파격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확대와 함께 2050년까지 원자력을 2010년 대비 2.5~6배 증가시켜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각 나라 전력 생산 방법이 각 나라 환경에 따라 다르듯 탄소중립을 향하는 방향도 각 나라 환경과 기술력에 적합한 에너지원을 주축으로 이뤄질 것이다. 높은 산악 지형과 물이 풍부한 나라는 수력을, 강한 바람을 갖고 있는 나라는 풍력을, 넓은 땅과 햇빛이 좋은 나라는 태양광을 중시할 것이고, 자연환경이 허락하지 않는 나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을 주축으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력마저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석연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지형상 수력을 많이 할 수도 없고, 바람의 질도 좋지 않고,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 전력 생산은 어떤가. 2019년 기준으로 석탄 35.6%, 가스 26.4%, 석유 0.4%, 원자력 29%,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가 6.6%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산업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원자력은 지금까지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국민 에너지 복지에 기여한 것은 물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저탄소 에너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에너지 강국, 에너지 수출국이 되는 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국가적 투자와 노력이 큰 결실을 맺고 우리나라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노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복이 넝쿨째 들어온 격이다.

오호통재라. 들어온 복을 스스로 차버리는 탈원전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현실이 참 비현실적이다. 지난 60년간 쌓아온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탈원전 정책으로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원자력은 과학적 실제와 심리적 두려움의 간격이 큰 분야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이념적인 틀에 가둬 만들어진 정책이다. 탈핵단체들의 잘못되거나 과장된 주장이 여과 없이 받아들여져 만들어진 정책인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언급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원자력은 단위전력 생산당 인명 피해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이다. 이는 2007년 저명한 국제 의학저널인 랜싯에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원전이 없었다면 세상은 더 안전했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컬럼비아대 연구자들이 2013년 미국 화학회의 국제저널인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원전 대신 화석연료를 사용했다면 대기오염으로 인해 1971년부터 2009년까지 184만명이 추가적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원전 사용으로 구한 인명이 184만명이라는 뜻이다. 원자력이 미세먼지 저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력은 24시간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다. 간헐성이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어 단독으로는 주력 에너지원이 될 수 없는 태양광, 풍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또한 원자력은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는 섬나라와 같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외부 공급이 차단되는 비상 상황에서도 비축된 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1년 이상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에너지원의 비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긴 시간이다.

또한 원자력 kWh당 60원 수준의 낮은 전기료는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 복지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상 기후의 피해는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가장 크게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민의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도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은 원자력 산업에 대한 지원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소형 원전 개발을 위한 각국의 경쟁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할 것을 전격 합의했다. 미국의 한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은 미국은 그동안 원전 건설이 거의 없어 원전 건설 산업 생태계가 실질적으로 사라진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도 원자력의 국제적 상황을 어느 정도 제대로 인식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원자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과욕일까.

정부가 탄소중립위원회를 새롭게 출범했다. 하지만 그 위원 구성의 면면을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탈원전 운동에 매진해왔던 분이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됐고, 원자력 전문가는 단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니 탄소중립 정책 방향에 대해 무엇을 특별히 기대하기 어렵다. 모자라는 전기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니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굳이 여기서 다시 반복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냉철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판단과 이를 실행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에너지 강국, 에너지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가 전 인류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머리로 캐는 에너지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가를 위한,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되길 바란다.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 원전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최성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