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원전 뺀 ‘2050 탄소중립’은 국민 기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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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05. 오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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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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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미국은 지난 1969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뉴욕주의 나인마일 포인트 원전 1호기를 지금도 가동하고 있다. 올해로 52년째다. 지난 1972년과 1973년 각각 상업운전을 시작한 버지니아주 서리(Surry) 1·2호기도 여전히 운영 중이다. 이들 원전은 올해 60년이던 수명이 80년으로 연장됐다. 원전 수명이 연장되던 날, "24시간 탄소 배출이 없고, 고임금의 깨끗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원전"이라는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의 환영 성명에 원전의 필요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단연 세계 최고 에너지 강국은 미국이다.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가장 오랜 기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9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2기를 새로 짓기 시작했고 8기의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원전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은 탄소 배출과 미세먼지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에너지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원전뿐만 아니라 기후 전문가들조차 원전 없는 '탄소 제로'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도자들 역시 같은 인식을 갖고 기대에 부응한다. 게다가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에도 필수 요소다.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원전에 매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51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이미 미국, 프랑스에 이은 세계 3위 원전 대국이다. 그럼에도 원전 건설에 가장 적극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부터 5년간 20기 전후의 원전을 새로 짓기로 했다. 2025년이면 중국의 원전 용량은 미국, 프랑스를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매년 6~8기의 원전을 지으면서 이 용량에 준하는 화력발전소는 폐쇄하기로 했다. 원전 없는 탄소중립 선언은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라는 사실을 시 주석은 잘 알고 있고, 감추지 않는다. 문제가 불거진다면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40년간 안전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한국이 아니라 중국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나라 일본도 이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1976년 준공한 후쿠이현의 미하마 원전 3호기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앞서 이 원전은 가동 60년이 되는 2036년까지로 수명이 연장됐다. 같은 현의 다카하마 1·2호기 등도 속속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년'을 맞은 일본이 '원전 운전 60년 시대'를 한국보다 먼저 열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강국들의 인식이 맞다면 2050년 원전 비중을 7%로 낮추면서도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망상에 빠져 있거나, 미래 세대에 책임을 미루거나 둘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982년 준공한 월성 원전 폐쇄를 지시했고 지금도 요지부동이다. 공사가 다 끝난 신한울 1·2호기를 1년이 넘도록 그냥 세워 두는 어이없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피해 소송까지 예고했겠나.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을 9기로 줄이고도 선진국도 못 하는 '탄소 제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망상에 빠진 것이고 이를 인식하면서도 임기가 끝난 먼 훗날의 일로 가벼이 여긴다면 미래 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어느 쪽이건 국민들을 환경 재앙이든, 전기료 폭등이든 곤경에 빠지게 하는 기만적 상황이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이 대국민 사기극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공부하고 솔직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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