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비용 전기요금으로 충당하는 법 연말 시행… “다음 정권에 부담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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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5.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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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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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피해기업, 준조세 전력기반기금으로 지원
文정부 탈원전 비용,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셈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1조4000여억원의 탈(脫)원전 비용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법안이 오는 12월 시행된다. 탈원전에 따른 손실을 세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탈원전 비용을 사실상 다음 정부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계 부처와 원전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자력발전사업 또는 전원개발사업(전기 설비와 부대시설 관련 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해 지원하는 내용의 ‘전력산업기반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초 공포한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오는 12월 시행된다. 지원 대상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담긴 ‘에너지로드맵’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7년 10월 24일 이후 탈원전 규제를 받은 기업이다. 국내 원전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로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의 기반 조성 및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3.7%를 법정부담금으로 부과해 조성한다. 사실상 준조세 성격이다. 전력산업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공익사업 부문과 전력분야 기술 인력 개발을 위한 산업발전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조성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비용 보전이나 한국전력(015760)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 신재생 에너지 지원 사업 등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금의 상당 부분이 탈원전 비용 보전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는 사업을 중단했다.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 사업 진행을 보류하고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들 원전 7기에 대한 손실을 1조4455억원으로 자체 추산했다. 전체 기금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공사가 끝난 신한울 1, 2호기에 대한 가동 인가도 계속 미루고 있어 실제 탈원전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 5기에 대해 6600억원 정도의 손실 보전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전과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의 손실까지 감안할 경우 보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용을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 시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 개정은 2019년부터 추진됐으나 정부가 개정안 내용을 두차례 수정하면서 시행 시점이 오는 연말로 미뤄졌다. 당초 정부는 탈원전 손실만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하려고 했으나, 이후 탈석탄 정책에 따른 비용도 기금을 통해 지원하기로 개정안을 수정했다. 그러다가 탈석탄 비용은 기후안정기금으로 지원하기로 결정되면서 시행령이 재개정된 것이다.

한수원이 탈원전 비용에 대한 손실 보전을 청구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정을 고려할 때 차기 정부에서 한수원에 대한 기금 지원이 최종 결론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기금 지원 대상 기업이 선정되면 그때부터 정부와 기업 간 손실 비용에 대한 줄다리기가 오랜 기간 이뤄질 것”이라며 “하루이틀에 끝날 작업이 아니다.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그 비용 보전은 차기 정부가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 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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