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비용을 원전으로 메우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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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5. 오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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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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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전기료 동결을 통한 손해를 해외 원전 사업을 통해 충당하게 되자 전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율배반적 정책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의 첫 수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이달 말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한전은 UAE 전체 사용량 25%를 생산해낼 바라카 원전의 전력 판매 수익을 공유하며 향후 72조원의 잠재적 수익이 전망된다.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의 강제 전기료 동결로 적자 우려가 높아진 한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가격에 민감한 LNG발전 비중이 올라가면서 연료 구입비가 크게 늘었는데 이 비용을 해외 원전을 통한 수입으로 보전하게 됐다.

정부는 이를 발판 삼아 올해 각각 8조원 이상 규모로 열리는 체코와 폴란드 등 신규 원전 계약을 따내겠다며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원전 수출 지원센터를 만들고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표면적인 지원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한다. 해외에 원전을 수출한다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여전히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건설이 진행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사실상 백지화하며 내수를 중단하자 국내 원전 부품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면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기치로 내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이 무너지게 된다. 부품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수급도 원활해지기 어려워진다. 원전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반쪽짜리 원전 수출 정책을 펼치는 사이 미국은 정책을 전면 전환하면서 원전을 그린뉴딜의 대표 키워드로 내세웠다. 원전의 가동연한을 확대하고 수출 지원 금융 프로그램도 실시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기초체력 훈련이 없이 홈페이지 개설 같은 마케팅만으로 다가오는 체코전과 폴란드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부 = 오찬종 기자 ocj21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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