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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머나먼 탄소중립의 길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11일 흑백화면으로 송출된 KBS 방송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였다. 물론 그때까지 대통령을 할 작정은 아니실 것이다.

 

 탄소중립(Net Carbon Zero)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서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구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면 폭염으로 인하여 생물다양성, 건강, 생태계, 식량안보, 경제성장 등의 문제를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1.5도로 제한하여야 하는데 그렇기 위해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5가지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전력과 수소를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고 이를 다른 산업, 수송, 건물 등에 이용을 확대한다 둘째, 재활용을 강화하여 순환경제를 만든다. 셋째,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기술을 개발하고 넷째, 그린기술을 이용한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산림, 갯벌, 습지 등 탄소흡수기능을 강화하자는 실천계획이 제시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인가? 다른 정책들과 비슷하게 각오와 포부만 거창하고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 화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양이 186.8 백만TOE(Tonnage of Oil Equivalent)이고 전기를 사용하는 양이 44.8 백만TOE이다. 여기서 TOE는 석유환산톤이다. 이는 석유, 석탄, 가스 등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하여 잣대를 하나로 통일한 것이다. 용도별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살펴보면 산업용이 142.9 백만TOE, 수송용이 43.0 백만TOE, 가정용이 22.6 백만TOE, 상업용이 17.5 백만TOE, 그리고 공공용이 5.4 백만TOE이다.

 

 화석연료가 직접 사용되는 186.8 백만TOE는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이다. 전기는 원자력이 약30% 그리고 수력, 재생에너지 등이 모두 합쳐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천연가스가 각각 40%와 20%를 차지한다. 따라서 전력생산분의 60%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즉 기껏 잘 봐줘도 약 17.9 백만TOE만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있으며 213.7 백만TOE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이 213.7 백만TOE라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하는 13.4 백만TOE 만큼을 없애고 말이다. 그게 가능한가?

 

 정부의 5대 계획을 살펴보자. 전력과 수소를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수적이다. 화석에너지를 직접사용하던 것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려면 보조금을 포함하면 가격은 최소한 현재 치르는 3배가 되고 우리나라 전체가 태양광 패널로 덮이고 해안은 풍력발전소로 빼곡히 채워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림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이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재활용을 강화하여 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재활용을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고 그 결과 재활용제품이 더 비싸져야 한다면 그건 부모님께 용돈받아서 그 돈으로 선물을 사 드리는 꼴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환경 제품이 더 비싸다는 것은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었다는 뜻이다. 친환경 제품은 다소 비싸더라도 사주는 마음은 환경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깨어있는 생각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그리고 그린 기술을 이용한 에너지효율 향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에 의존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의 계획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로 수립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면 계획을 변경하여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을 토대로 정부의 계획이 수립되는 것은 수요를 공급하는 수급계획에서는 곤란하다. 연구개발 계획과 수급계획은 다르다. 산림, 갯벌, 습지 등 탄소흡수기능 강화하자는 실천계획은 이미 보급된 태양광 발전이 산림을 훼손하고 공유수면을 막고 있는 것이 보이므로 양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의 길로 가고 있을까? 제9차 전력수급계획 공청회에서 산업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이 2034년까지 계획이지만 2050년 탄소중립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하지 못했다. 두 차례 탈락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도 기획재정부의 중재를 통해 봉합했다. 자연과학이 아닌 정치 논리가 개입되었던 것이다.

 

 초등학생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을 때, 그것을 계획이라고 하지 않는다. 각오나 포부 정도로 말한다. 왜냐하면 달성할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통하여 포장마차를 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꿈을 크게 가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 포부를 발표하는 것은 매우 나쁘다. 그것은 국민에게 그릇된 희망을 품게 하고 그릇된 방법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원자력발전 그리고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이 길인데 원자력을 빼고 가자니 탄소중립은 머나먼 길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는 요원한 길 같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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