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민주주의’의 힘, 방사능 공포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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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9.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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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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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10주간 집중학습 마친 시민들, '집중형 중간저장·영구처분' 손 들어줘]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가칭)사용후해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고, 관리전책을 차질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을 주문했다. 2021.3.18/뉴스1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숙의 민주주의'가 방사능 공포를 녹였다. 10주간의 학습과 토론을 마친 600명의 시민참여단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큰 갈등 없이 '집중형 중간저장·영구처분 방식'이란 모델을 이끌어냈다.



여론조사의 함정,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최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화제의 중심이 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간 단일화 협상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여론조사 방식이었다. 특히 '어떤 문항으로 질문할 것인가'는 두 진영간 핵심 논쟁거리가 됐다. 질문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여론조사의 함정 때문이다.

이는 2019년 5월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권고안을 마련한 재검토위원회의 핵심적인 고민이기도 했다. 여론조사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결정한다면 필연적으로 문항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탈핵단체와 원자력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시민이 두쪽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해결은 특정 세력의 우세함을 알려줄 뿐 대안이 아니었다.



일단 배우고, 토론하며 판단하자…숙의 민주주의 모델


스웨덴 오스카르스함에 자리잡은 사용후핵연료 집중중간저장시설(CLAB) 모습. 지하 40m에 위치한 축구장 크기의 수심 12m 수조에 65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중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이 곳에서 40년간 보관된 후 심지층 영구처분시설로 옮겨져 인간의 삶과 완전히 격리된다.
재검토위원회가 내놓은 답은 '숙의 민주주의' 방식 공론화였다. 여론조사에서 문항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근본적 원인은 답변자가 사안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항에 따른 영향이 적다. 또 학습하고 토론한 후 답을 내는 공론화 방식은 이미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대입제도개편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증명된 방식이었다.

재검토위원회는 만 19세 이상 국민 2만여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실시하고, 시민참여단 참여를 원하는 사람 549명을 선정했다. 추후 시민참여단은 596명(전국 451명, 지역 145명)으로 조정됐다. 시민참여단 선정은 지역, 성별, 연령을 기준으로 비례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0주간 집중학습…방사능 공포 이겨낸 시민들


시민참여단은 지난해 5월23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과 영구처분시설·중간저장시설 등에 대해 10주간 집중학습을 받았다. 학습 이후에는 종합토론회를 개최해 전문가 발표와 패널토론, 시민참여단 토의도 거쳤다. 해당 과정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학습과정을 거치며 시민참여단의 지식수준은 높아졌다. 1차 조사에서 64.9%이던 관련 문제 정답률은 마지막 4차 조사에서 79.5%로 높아졌다.

이후 시민참여단 63.6%가 '집중형 중간저장·영구처분' 방식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중형 중간저장시설이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을 말한다. 시민참여단 87.9%는 영구처분시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간저장시설은 75.4%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두 시설을 동일부지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82.5%가 찬성했다.



갈등과 대립, 숨기지 않고 기록한 공론화 위원회


(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 =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재검토위원장이 24일 오전 주민의견수렴 발표장인 경북 경주시감포복지회관에서 경주와 울산지역 맥스터 증설 반대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재검토위는 이날 오전 10시에 주민의견수렴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반대단체의 강한 반발에 막히면서 서류로 대신했다. 주민의견수렴 결과 찬성 81.4%, 반대11%, 모르겠다 7.6%로 나타났다. 2020.7,25/뉴스1
또 재검토위원회는 이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여과없이 기록해 권고안에 담았다. 특히 재검토위원회 구성과 운영단계에 발생했던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탈핵단체 등이 위원회에서 배제되며 발생했던 갈등과 그로 말미암은 해체위기, 위원장 사퇴, 월성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관련 대립 등을 모두 기록했다. 이같은 맥락이 빠져서는 온전한 권고안이라 볼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소영 위원장은 "(위원회가) 이런 과정들을 모두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계속 이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어떤 것에 주의해야 할지, 어떤 것을 발전시켜야 할지를 아는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내용을 담게 됐다"며 "1차 공론화를 갖고 성과와 한계를 되짚어본 것처럼 재검토 과정 또한 아주 솔직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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