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성원전 노이즈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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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성원전 용지에서 오염수가 배출되었다는 주장으로 시끄러웠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가 부쩍 늘었다. 제기된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모두 미미한 양이다. 규제 기준치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반인이 방사선 단위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이용한 선동에 가깝다. 둘째, 새로이 발견된 것이 아니다. 오래전에 발견되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돼 조치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사항들이다. 셋째, 전체가 아니라 작은 부분으로 문제를 만들어내어 사회적 쟁점화를 하고 있다.

포항MBC는 지난 2월 1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정기검사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월성4호기 물처리실 집수조(Sump)의 벽체손상에 따른 오염수의 해양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오염수는 방사선 오염수가 아니다. 일반 물을 정화하여 순수(純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온교환수지를 세척한 물이기 때문에 오염수이기는 하지만 방사선 오염수가 아니다. 그나마도 외부로 배출할 때에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검사하고 삼중수소의 농도가 배출기준치인 4만㏃/ℓ 미만이 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통상 15㏃/ℓ 정도로 배출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도 보도자료를 통하여 감마핵종이 포함되었거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외부환경으로 유출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월성1호기와 2호기 폐수지 저장탱크(SRT)의 벽체가 균열돼 누수가 발생했다는 것도 깜짝 놀랄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폐수지 저장탱크의 벽체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누설 시 금방 확인하고 수리가 가능하다. 벽체 손상도 콘크리트가 낡고 에폭시 코팅이 벗겨진 것으로 2019년 7월과 9월에 누설 부분 수리와 에폭시 재도장이 완료된 것이다. 만일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저장탱크의 하부에서 손상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하부는 누설이 발생하면 누설탐지용배관을 통해 또 다른 집수조로 누출된 물이 모이도록 되어 있다.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멤브레인 손상도 내용을 알고 보면 어려울 것이 없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2중의 수조다. 내부 수조에는 사용후핵연료와 물이 담겨 있다. 내부 수조와 외부 수조의 사이에 물이 발견되면 방사능을 확인한다. 방사능이 높으면 내부 수조가 누설된 것이고 방사능이 낮으면 외부 수조가 누설되어 지하수가 유입된 것이다. 전자는 심각한 문제이고 후자는 시급한 문제가 아니므로 천천히 손상 부위를 찾아서 복구하면 된다. 멤브레인은 내부 수조와 외부 수조의 중간에 추가적인 막을 하나 더 설치한 것이다. 그것이 손상된 것이고 손상 전후에 물의 방사능 농도는 변화가 없다.

월성 용지 내에서 발견된 삼중수소 농도 71만3000㏃/ℓ의 고인물도 음용수 기준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가 아니다. 그나마도 배출된 것이 아니라 구내의 배수관로에 고인 물이다.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배수 직전에 절차에 따라서 방사선 농도측정을 해서 높으면 희석해 내보냈을 것이었다.

원전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공론화해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해결됐는지 국민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야 원자력계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짚어본 사실관계들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진실을 알고 나면 놀랍지 않은 일에 노이즈만 많다. 어떤 의도든 월성원전의 안전성에 흠결을 내고 싶은 누군가가 계속해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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