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연동제 첫 도입에 따라
비용 오르면 국민이 뒤집어써
원자력 회복 없이 탈출구 없어
연료비 조정으로 3원이 인하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근본 원인이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이동이 줄어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발전량의 26.4%를 차지했던 LNG 발전의 연료 도입가가 재작년보다 25% 싸졌다. LNG 발전원가 중 80% 정도가 연료비임을 고려할 때 25%의 LNG 단가 인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전력구매 단가에 4원 이상 절감 효과를 준다. 정부는 국민의 불만 없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시기를 잘 잡았다. 그러나 백신 보급이 확산하면서 코로나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LNG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LNG 도입가격의 평균은 톤당 약 580달러였다. 이 평균치에 대한 상대적인 가격 변화를 보면 2014년은 1.46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0.63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 만에 평균치의 83% 만큼 폭락했다. 그 2년 뒤인 2018년에는 평균치의 28%가 올라 0.91을 기록했다. 또 2년 뒤인 2020년에는 평균치의 21%가 떨어진 0.70 수준이었다. LNG 가격은 이렇게 변동이 심하다. 그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전력 공급을 한전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경우에는 꼭 그렇지가 않다. 한전에는 한수원을 비롯한 6개의 발전 자회사가 있지만, 이들은 상호 경쟁이 가능한 완전히 독립된 회사가 아니다. 한전은 자회사별 발전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해 전력을 사준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원가가 제일 낮은 원전의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다른 자회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한편 민간이 운영하는 LNG 발전소는 발전원가가 높더라도 한전은 높은 단가에 LNG 전력을 구매해 공급한다. 전국 전력수요에 따른 발전량 조정을 LNG 발전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한전은 유가 올라도 적자 걱정 안 해
문제는 연료비 연동제하에서 한전은 더는 원전과 같이 원가가 저렴한 발전소를 운영할 당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발전원가가 높은 LNG 전력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그 증가 비용을 쉽게 전기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량은 감소하되 LNG 발전량이 늘어나고 거기에 연료비 연동제까지 추가될 미래에는 전기요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LNG 가격이 늘 지난해와 같이 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제외한 기후환경 요금은 올해 kWh당 5원이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 판매량이 약 5100억kWh임을 고려하면 이는 연 2조5500억원가량의 재원이 된다. 소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이행 비용이라 불리는 이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아직은 전기요금의 5%도 안 되지만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연평균 35% 이상씩 급격하게 늘어난 태양광 발전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올해와 내년에 RPS 의무 이행 비율이 상향 조정됐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발전량은 원전의 9분의 1
최근 전남 신안에서 48조원 규모의 8.2GW짜리 해상풍력 발전단지 출범식이 열렸다. 그 해상풍력 발전 시설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생애 발전량은 동일 용량 원전의 9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는 우리나라 해상풍력의 이용률은 원전의 3분의 1 수준인 30% 정도밖에 안 되고 수명 역시 원전의 3분의 1인 20년 정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단위 용량당 건설비도 원전보다 60% 이상 비싸다.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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