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탈원전공약 붕괴 사건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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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2.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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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
현 정권은 '탈원전'공약을 내세우면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사고를 방지하고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정책을 취해 왔다. 원전재난을 그린 영화 판도라에서 노후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에 콘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탈원전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는 감성적 홍보까지 동원하였다.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이미 7000억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한 월성원자력발전소를 경제성이 없다고 수차례 자료를 조작해 폐쇄하는 등 무리수로 우리나라가 애써서 키워내어 핵심산업으로 부상한 원자력산업이 붕괴되고 있다.

우리의 원전은 폐쇄하면서 핵무기개발로 국제적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북한에는 핵무기원료를 추출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을 검토한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폭로하는 문건이 드러났다. 재래식 군사력으로 맞설 수 없는 핵무기 개발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북한의 핵무기 증강을 도와주어 북한의 상시적 핵위협을 받게 만드는 충격적인 안보의 위기를 자초하는 정권에 국민들은 놀라고 있다. 인류 역사상 아무리 경제적으로 번영한 국가라고 하더라도 적의 침입을 방어하지 못하고 정복당하면서 재산을 빼앗기고 노예로 전락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60여년 동안 고군분투해 이룩한 경제건설의 성과를 북한의 핵위협으로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김종인 야당 대표가 이 사건을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비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나아가서는 국가의 운명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행위이다.

북한원전추진 문건은 월성원자력 폐쇄 감사 및 수사과정에서 정말 우연히 발견됐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를 방해하려고 530건의 문건을 무단 삭제하지 않았더라면 발각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진실은 우연히라도 밝혀진다는 것이 실감난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이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과 5월의 2차 정상회담 사이인 것으로 보아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사항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USB를 주고 '발전소'를 언급하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김정은이 5월 초에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국제합의로 추진되다가 건설이 중단되었던 북한 신포지역 경수로 원전 공사재개 가능성 검토를 지시하였고 2019년 신년사에서 '조력, 수력, 풍력과 원자력 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남북정상회담에서 원전 추진이 논의되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북한원전추진 같은 중대한 일이 단순히 부처 차원의 아이디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적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도록 광범위하게 진실을 밝히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탈원전은 원전사고 등으로 인하여 한 때 세계를 유행처럼 휩쓸었으나 반전되고 있다. 당초 기대한 환경개선효과보다는 전력난을 초래하였고 4차산업으로 급증하는 전력을 원자력발전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고 미국은 60년이나 된 원전의 수명을 20년이나 연장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리한 원전을 폐쇄하고는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에 비핵화 거론도 없이 원전건설을 추진하는 정략적인 행태로 '탈원전'공약의 정당성을 붕괴시켰다.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이유 있는 북한원전추진 비판을 '북풍공작' '혹세무민' 운운하면서 법적 조치 위협을 하는 것은 '도둑 제발저림'이자 쫓기는 타조가 머리만 덤불 속에 처박으면 몸통과 꼬리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행동과 같다. 타조의 이러한 행태에서 아무리 진실을 숨기려 해도 거짓의 몸통을 가릴 수 없다는 의미의 장두로미(藏頭露尾)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2010년 교수들이 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이유는 '수많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진실을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10년이나 지난 지금 소위 '민주화를 자처'하는 정권이 진실을 감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왜곡하면서 비판자를 위협하고 있다. 공자님이 목격한 '호랑이보다 무서운 정치'의 폐해를 민주화되었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보게 된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북한의 핵 위협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되려면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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