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말하기 전에 ‘탈원전’부터 원상 복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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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7. 오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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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ㆍ에너지 분야 탄소중립 R&D 전략회의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1.2.4 연합뉴스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2016년 121개 국가가 참여한 파리협정에서 2050년까지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 설정 및 달성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등의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지구인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를 흡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즉, 산업사회 이전처럼 지구상 이산화탄소의 자발적인 조절(self-control)이 가능한 자연환경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온실가스 이산화탄소의 대량 배출원은 화력발전, 산업 현장, 수송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 부문에서 탄소 배출 제로인 원자력 발전(원전)이 탄소중립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탈원전’ 정책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유로 신규 건설 공사 중인 화력발전소 건설을 돌연 취소하는 등 정부 정책은 혼란스럽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삼림 육성을 통해 자연 감소시키거나 화석 에너지를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수송 부문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상용화해 배출을 저감하려는 노력도 큰 진전을 보고 있다. 화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거나, 탄산염광물로 침전시키는 광물탄산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무리하게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보다, 과학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한반도는 지형과 지질 면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한계가 있다. 탄소중립에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안정적인 방안이 한국형 원자력발전이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한 세계 많은 국가가 신규 원전 건설에 진력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은 98기, 중국은 46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11기가 신규 건설 중이다. 지질학적으로 화산-지진대에 위치한 일본에도 원전 44기가 건설되었다. 모리(森), 갓콘다(葛根田), 스미카와(澄川)등 10여 곳의 지열발전을 운용하고 있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2030년 20~22%의 높은 원전 발전 비율을 유지하며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5대 원전 강국인 우리나라는 2020년 4월 기준 원전에서 2억2500만kW의 전력을 생산한다. 국가 총전력에서 원전 비율은 26.6%다. 미국은 원전 비율이 19.8%, 프랑스 71.5%, 러시아 18.4%이다.

원전의 문제점으로 원전 사고와 핵폐기물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측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원전을 친환경 클린 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원전 수출, 원전 기술 일등 강국이다. 또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지판에 위치해 지반의 안정성이 주변국에 비해 아주 양호하다. 안전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서해 맞은편 강화도에서 불과 348㎞에 위치한 스다오완(石島灣) 원전 등 산둥반도 인근에 있는 중국 원전 12기나, 겐카이(玄海), 도마리(泊), 미하마(美浜), 시마네(島根) 등 동해안 맞은편 일본의 원전 10여 기를 더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탈원전 정책을 재전환하는 것이 최우선 실행 방안이 돼야 한다. 원전 장기 운전이 가장 저렴한 저탄소 전력 발전 수단임이 확인된 이상,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취소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역시 재개해야 한다. 특히 신규 원전 6기의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 연장 금지 방침을 담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 또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명예교수, 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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