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3학년 학생 B씨는 “정부의 성급하고 대안 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며 “원자력에 관심이 있어서 학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원자력 발전과 관련 없는 분야를 다시 배워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도 대한민국 원전을 선호한다”며 ”우리 인재들이 유럽에 진출할 기회는 막고 오히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보도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라고도 했다.
원자력을 전공하려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학부과정에서부터 진로를 바꾼 학생도 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3학생 C씨는 “대한민국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원자력에 매력을 느꼈지만, 원자력을 전공하면 미래가 불투명할 거 같아 단념했다”며 “다른 대학에 다니는 원자력 전공 친구들도 다른 분야를 복수 전공하는 등 전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가을학기 입학생 중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선택자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0명을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1년 총 입학생들 중 원자력 전공을 택한 학생은 각각 5명, 4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KAIST 원자력 전공 학생들은 “학기당 수강생이 5명 미만이면 강좌 개설도 어렵다”며 “지원자가 적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할 거 같아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는 “전공 선택은 국제 정세나 국내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원자력 학과 선택자가 급감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자력 전공자가 급감하면 국내 기존 원전의 안전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원전 정책은 고등학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올해 신입생 정원(80명)을 채우지 못하고 신학기를 맞게 됐다. 추가모집까지 했지만 79명 모집에 그쳤다. 경북 울진에 있는 이 학교는 원자력 인재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고등학교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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