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폐쇄 정부 지시 공문 받았다"
법조계와 원전업계에서는 산업부의 공문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이뤄지기 전에 발송됐다는 점에서 조기 폐쇄 결론을 내려놓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지시·압박에 따라 한수원이 일사천리로 행동에 옮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17년 말 이미 월성 1호기에 대한 조기 폐쇄를 결정하고, 사업자인 한수원에게도 폐쇄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이미 폐쇄 결정이 내려졌으니 그에 맞춰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변수를 낮추려고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경제성 평가에 착수하기 전인 2018년 4월 초 백 전 장관이 산업부 공무원들을 통해 한수원에 '월성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비서관도 같은 해 4월 2~3일 직접 또는 비서관실 행정관 두 명을 통해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당장 월성 원전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계수를 조작하라" "한수원을 압박하라"는 등의 지시를 한 것도 파악됐다고 한다.
백 전 장관은 4월 3일 산업부 정모 과장이 채 전 비서관 지시 내용을 전하면서 "즉시 중단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원안위의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기간인 2020년까지 한시 가동한다"는 방안을 보고하자 "너 죽을래? 즉시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결국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 핵심 계수인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낮춰 '흑자' 원전이던 월성 1호기를 '적자' 원전으로 평가했다. 한수원 이사회는 같은 해 6월 15일 허위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월성 1호기 가동을 곧바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이듬해 2월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원안위는 그해 12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산업부는 경제성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18년 6월 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보전 비용은 0원'이라는 내용의 공문도 한수원에 보냈다. 조기 폐쇄하더라도 피해가 0원이라고 명시해 한수원의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한국전력의 배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백 전 장관과 청와대가 이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원안위 위원은 "안전에 대한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도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해 황당했다"며 "한수원 이사회에서 안전 문제는 전혀 논의가 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병령 원안위원도 정재훈 한수원 사장 취임 후 두 달만에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다고 분석 결과가 뒤바뀐 점, 한수원의 영구 정지 신청을 받은 원안위가 7개월 동안 안건을 상정하지 않다가 감사원의 감사청구(2019년 9월 30일) 이후인 2019년 10월 11일 첫 안건 상정을 한 점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영구 정지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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