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격 4배 올라도 구매 2배…탈원전에 커진 'LNG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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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08. 오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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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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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지난달 가격이 크게 치솟은 천연액화가스(LNG)의 수입량이 전 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싼 값을 주고 LNG를 들여온 것이다.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요금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파에 LNG 가격은 4배, 수입량은 2배↑
7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LNG 스팟(현물로 바로 구매하는 방식) 국제 평균가격은 1월 13~14일 기준 최고 32.50 달러/MMBtu로 지난해 12월 1일(7.857 달러/MMBtu)에 비해 한 달 새 약 4배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LNG(스팟 기준) 구매량은 5500만MMBtu로 지난해 12월(2100만MMBtu)과 비교해 2배 넘게 늘었다.

LNG 구매는 고정가격을 정해놓고 미리 사들이는 중·장기 계약과 그때마다 시장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 수입하는 스팟방식으로 나뉜다. 통상 LNG는 한국가스공사가 중·장기 계약을 통해 들여오지만 상황에 따라 부족한 물량은 현물 거래인 스팟 방식으로 산다.

한국가스공사는 “올겨울이 예년과 비교해 전 세계적으로 추웠던 영향으로 난방과 발전에서 LNG 수요가 많이 늘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면서 “국제 평균가격에 따라 그대로 사는 건 아니고 협상을 통해 조금 낮춰서 사긴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도 스팟 거래로 물건을 더 들여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런 LNG 수입 상황은 전기요금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 1월부터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면서, 연료 수입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함께 따라 오른다. 국제 연료 가격은 통상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

탈원전에 LNG 의존↑…“연료비 부담 커져”
전문가들은 최근 가격 급등이 LNG에 의존한 탈원전 정책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원전(19.2%→11.7%)·석탄(27.1%→18.7%) 비중 줄이고 LNG(32.3→32.6%)와 신재생에너지(15.1→33.1%)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는 외부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못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줄어든 원전과 석탄 대신 LNG 발전을 보완 전력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한파처럼 기상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윤영석 의원실에 따르면 한파가 극심했던 지난달 원자력(26.67%)·석탄(33.95%)·LNG(33.58%) 비중에 비해 태양광(0.68%)·풍력(0.75%) 발전 비중은 미미했다.

문제는 탈원전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유일한 보완 전력원으로 활용할 LNG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점이다. 최근 상황에서도 보듯 LNG 수요량이 늘면 비싼 가격에서도 물량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에너지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국감 질의하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윤영석 의원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탈원전을 기조로 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결국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처럼 한파 같은 돌발 악재가 터지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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