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脫원전과 北원전’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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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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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전대미문의 ‘거짓 평화쇼’에 이어 ‘이적성(利敵性)’ 논란으로까지 번진 것은 안타깝다. 협상 과정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불투명하고 극비리에 진행된 데다 협상 결과도 최악의 북핵 고도화로 귀결돼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이적성 논란은 시한폭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한국과 협의도 없이 밀실회담에서 김정은과 약속할 정도였다. 국가 존망이 걸린 동맹 현안 내막을 우리 국민은 뒤늦게 협상 실무자 존 볼턴 회고록을 통해 알게 되는 기막힌 상황까지 벌어졌지 않은가.

탈원전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삭제 문서 중 북한 원전 지원 문서 10여 건이 공개되면서 ‘북핵 협상 복마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 이적행위”라고 국정조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자 그동안 국내 정치 주요 현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 대통령이 “구시대 유물정치”라며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서 야당 대표를 압박했다. 당·정·청 등 여권 전체가 “북풍공작”이라며 단일대오로 강경 대응하는 형국이다. 산업부가 전격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는 북한 내 건설 방안 등 3가지 구체적 방안이 담겼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원장이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에 산업부가 이 문건을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도보 다리 남북정상회담 관련 ‘신경제구상 USB’ 원본 공개를 정부가 거부한 가운데 김정은은 2019년 신년사와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원자력 발전 능력 조성’ 발언을 해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탈원전을 광적으로 추진하던 정부에서 윗선 지시 없이 국가전략사업인 북 원전 건설 제안 아이디어를 산업부 실무자가 습작용으로 작성했다며 “또 신내림 받았다”고 할 것인가. 월성 원전 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일요일 심야에 도둑처럼 잠입해 문건을 지웠던 산업부 공무원이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 받았다”며 황당한 진술을 한 마당이다.

한·미가 합의했던 ‘북핵불용(北核不容)’ 용어가 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실종된 데 이어, 북한의 ‘대화 따로 핵 개발 따로’ 이중전략 사기극에 놀아나면서 북핵 협상이 복마전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은 2018∼2019년 평화공세 시기 핵과 미사일 숫자를 늘리고 성능을 개선하는 등 한시도 핵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미 국방부 육군부 ‘북한 전술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연말까지 핵무기를 최대 100개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핵무기 투발 수단도 고도화됐다. 김정은은 올 초 전술핵, 핵잠수함, 다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 핵전력 고도화 전략까지 공개했다. 이 2단계 핵 개발 계획이 마무리되면 북한 핵 실력은 이스라엘, 인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 한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고 미국과 맞짱 뜨며 핵 군축 협상에 나설 태세다. 핵 인질 상태를 방치하는 정부의 안보 불감증이야말로 국민 생존과 국가 존망까지 위협하는 최악의 이적행위다. 거짓 평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남는 건 핵 악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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