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멸치 1그램의 충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1.31 10:11
clip20210129085839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논란이 생산되고 있다. 지하수에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주장도 있고, 터빈 건물에서 리터당 71만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수가 발견되었다는 주장도 있고 사용후핵연료의 차수막이 손상되었다는 얘기도 한다. 모두 사실이다.

그런데 놀랄 일은 아니다. 삼중수소의 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먹는 지하수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리터당 5 베크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음용수 기준인 1만 베크렐의 0.05% 이다. 호주의 음용수 기준은 7만 베크렐도 넘는다.

월성3호기 터빈건물에서 발견된 71만 3천 베크렐도 음용수 기준과 비교하면 높지 않다. 손목시계의 야광도료에 삼중수소도 2천만 베크렐 사용된다. 지하배수관로의 고인물이 그대로 방출된 것도 아니다. 희석되어 리터당 12 ~ 13 베크렐로 방출되었다. 만일 발견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지하배수관로에 물이 가득 차면 방류하기 전에 방사선량을 측정해서 높다면 희석하여 배출기준치인 리터당 4만 베크렐 이하로 낮춰서 방류한다. 즉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방류시점에서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었다.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의 차수막 손상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사용후 핵연료를 담아놓는 수조이다. 수조는 2중으로 되어있다. 수조와 수조 사이에 물이 없으면 정상이다. 물이 고이면 방사능을 측정하여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조의 물이 유출된 것인지 아니면 외부수조가 새어서 지하수가 유입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차수막은 수조 하부에 수조와 수조 사이에 추가로 설치한 방수막이다. 손상 이후에도 주변의 감마핵종 검출이 없고 삼중수소 농도의 변화도 없다. 내부 수조의 손상이 아니었다.

월성4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서 감마핵종이 검출되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수년전 에폭시라이너가 누설되어 2년전에 보수가 끝났고 과거의 극미한 누설잔류량이 검출된 것이었다.

이번 선동이 선동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주장하는 방사선량이 극히 미미하다. 둘째, 원전 터빈건물 내에서 발견된 고인물의 삼중수소 농도를 배출기준인 4만 베크렐의 18배라는 식으로 기술해서 마치 그대로 방출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항 MBC는 정정보도를 하였다. 셋째, 월성부지의 삼중수소 농도가 타 부지보다 높은 것이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이슈는 이미 알려진 것이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문제도 수년 전에 규제기관에 보고하고 조치가 완료되었거나 조치중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즉 문제가 아닌 것을 쥐어짜서 월성원전부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원의 정용훈 교수가 주민의 소변에서 검출된 최대치인 리터당 28.8 베크렐은 방사선량은 0.0006 밀리시버트(mSv)로 멸치 1그램 또는 바나나 6개를 먹었을 때 받게 되는 방사선 피폭량과 같다고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 ‘멸치 1그램’이라는 말은 선동을 하려던 사람들에게는 꽤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겁을 내기보다 자꾸 웃어대니 그럴 것이다. 이에 대해 섣부른 반론이 제기된다. ‘삼중수소는 인공방사능 동위원소’라고 하기도 하는데 실은 우리가 접하는 모든 물에는 삼중수소가 있고 자연에서도 형성된다. 빗물에도 있고 음용수에도 있다. ‘어떻게 방사선 피폭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멸치에 비유하느냐?’는데 방사선 단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일상생활의 방사선피폭과 비교할 수 있도록 제시한 것이니 비유가 아니라 비교이다.

이제는 ‘멸치 내장을 빼고 먹으면 1그램 먹어도 그만큼 피폭되지 않는다’는 식의 강짜를 주장하는데 이건 본질이 아니라 문제 바꾸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의학전공 아닌 원자력공학자가 방사선 위험을 희화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사회학자였다. 원자력공학의 전공과정에 ‘보건 물리’가 정규교과목이고 방사선의 인체영향이라는 세부전공도 있는데 모르는 모양이다. ‘체내 피폭 메커니즘은 의학, 보건 분야에서조차 아직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영역’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의학계에서는 오래전에 문턱값 이하로 방사선 피폭된 경우에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하였고 그것의 100분의 1로 관리하고 있다. 이제는 ‘원전 안전체계에 구멍이 났다’고 주장한다. 주장하는 사람들 사고에 구멍이 난 것이다. 원자력 안전성 원칙은 ‘환경과 주민에게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고 이 원칙에 넘어선 것이 없다. 삼중수소는 극미량이고 인체나 환경에 위해가 될 양도 아니다.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으로 봐서 멸치 1그램은 어떤 사람에겐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