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속 방사능이 3만6천배 더 높다는 사실 [기고]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가 갑자기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원전에서 방출된 삼중수소로 주변 지역 지하수가 오염돼 주민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선 하면 두려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터라 뉴스에 보도되는 지하수 삼중수소 검출 소식이 걱정을 자아내고, 여당 대표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한다. 반면 삼중수소로 인한 주민들의 1년간 피폭량은 멸치 1g 또는 바나나 6개를 먹는 것과 같다는 전문가 이야기에 안심하는 분들도 있다.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일반인 입장에서 어느 지역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다고 할 때 그 오염 정도와 영향에 대해 감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방법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접하는 자연 방사능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멸치 1g, 바나나 6개가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자연 방사능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근본적인 비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방사능은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고, 그 단위인 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 1개를 방출한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모든 땅에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자연 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이 들어 있다. 그 땅에서 자란 모든 음식물, 쌀, 콩, 감자, 고구마, 소고기, 돼지고기 등에도 칼륨40이 항상 들어 있다. 그걸 먹고사는 사람 몸속에도 당연히 들어 있다. 몸무게 70㎏ 성인 기준으로 약 4000㏃의 칼륨40이 들어 있다. 1초에 4000개의 방사선이 칼륨40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땅속에 있는 칼륨40 농도는 각 지역의 지질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2019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발표한 전국환경방사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땅속에서는 약 950㏃/㎏의 칼륨40이 검출됐다. 최근 5년간 측정된 월성 원전 주변 지역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인 8~9㏃/㎏보다 100배 이상 높은 방사능이다. 이는 각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에너지를 고려하지 않은 비교이다.

칼륨40은 높은 에너지의 베타선 또는 감마선을 방출한다. 반면 삼중수소는 매우 낮은 에너지의 베타선을 방출한다.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칼륨40이 낮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삼중수소보다 방사선 피폭 효과가 340배 더 높다. 방사선 피폭 효과 측면에서 칼륨40 1㏃은 물에 있는 삼중수소 340㏃과 같다는 뜻이다. 여기서 방사선 피폭 효과란 인체에 흡수된 방사선 에너지에 방사선의 생물학적인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삼중수소는 인체의 구성 성분이 될 수 있어 칼륨40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탈핵단체 인사들과 국회의원이 있다. 이는 수십 년간 쌓아온 방사선 생물학을 완전히 무시하는 탈과학적 주장이다.

방사선 피폭 효과를 고려해 서울 지역의 땅속 방사능을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32만㏃/㎏에 해당한다. 엄청 커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아무런 걱정 없이 살고 있는 땅에 포함돼 있는 자연 방사능이다. 월성 원전 주변 지역 지하수의 삼중수소 방사능은 이보다 3만6000배 낮은 수준이다.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는 당연히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삼중수소 방사능을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그래서 방사능 괴담이라고 하는 것이다. 금번의 삼중수소 논란이 방사능 괴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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