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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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11.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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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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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산업1팀 기자
184경 5000조t. 지구에 존재하는 탄소량이다. 국제공동연구기관인 심층 탄소 관측팀(Deep Carbon Observatory)에 따르면 지각 위에 존재하는 탄소량은 43조5000t. 지구 전체 탄소 중 0.0023%에 불과하다.

인류가 활용하고 있는 탄소는 이 중에서도 극히 일부다. 지각 위에 존재하는 탄소 중 85.1%에 해당하는 37조t은 깊은 바다에 묻혀 있다. 탄소 3조t(6.9%)은 해저퇴적물 형태로 가라앉아 있고, 2조t(4.6%)은 생명체가 활동하고 있는 생물권에서 유통된다.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은 탄소의 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몸무게 60kg 성인 기준으로 탄소가 차지하는 무게는 10.9kg에 달한다. 이는 산소(38.8kg)에 이어 두 번째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게 과학적 근거 없이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나머지 탄소 중 9000억t(2%)은 해수 표면에서 확인된다. 대기권에 포함된 탄소는 5900t으로 지각 위에 존재하는 탄소량의 1.4%에 불과하다. 지구 전체로 따지면 티끌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화석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순간마다 탄소는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권으로 올라간다. 땅속에 묻힌 화석 에너지를 꺼내쓰면 쓸수록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구조다.

탄소가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된 건 오래전이다. 핀란드는 1990년 탄소세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온실가스 저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종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환경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스위스와 스웨덴 등 50개국이 탄소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탄소세 도입은 시간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연설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에 대한 설명도 없다. 탄소중립은 산업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이에 대한 전략도 없다. 수출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근육과 혈관을 예리하게 도려낼 수 있는 노련한 외과의사가 필요한 순간이지만 선동가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구호만 난무했던 부동산 정책이 탄소중립에서도 도돌이표처럼 무한반복될까 두렵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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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과 기업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진실과 재미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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