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원전 르네상스’ 선언… 한국은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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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 투자 확대법 만들고 첨단원전 개발에 1조6200억 투입
영국·프랑스도 대규모 투자 밝혀
UAE, 한국이 지은 원전 올해 가동… 탄소배출량 年2100만t 감축 전망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원전 바람 앞에서 주춤하던 에너지 선진국들의 원전 투자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정부와 의회가 최근 원전 투자를 늘리는 구체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멈추고 탄소 중립 경제로 가려면 원전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선택이다. 한국이 탈원전으로 질주하는 가운데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원년을 향해 뛰고 있다.

◇원전 강국, 탄소 중립 위해 원전 부흥에 사활

미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는 지난달 2일 원자력 관련 투자 확대와 규제 개선을 담은 ‘원자력 인프라법’을 통과시켰다. ‘원자력 부문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재정립과 첨단 원자력 기술 지원, 관련 규제 개선'이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달 23일엔 첨단 원전 연구 개발 비용이 포함된 15억달러(약 1조6200억원)의 원자력 관련 신년 예산도 미 의회를 통과했다.

마크롱, 원자로 공장 찾아 원전예찬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8일(현지 시각) 프랑스 르크뢰소에 있는 원자로 제조회사 프라마톰을 찾아 공장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원자력은 프랑스 에너지 공급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한때 전 세계 원전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여 년간 자국 내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 시장 주도권을 러시아, 중국, 한국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정부와 의회가 함께 발 벗고 나섰다. 미 에너지부는 “원자력 에너지는 에너지 독립과 국가 안보, 청정 전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작년 여름 야당이던 민주당도 정강 정책을 수정해 “첨단 원전 등 모든 탄소 제로 기술을 활용해 전력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풍력만 갖고는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도 지난달 에너지 백서를 발표하고 “첨단 원전 기술과 청정 수소 기술 개발 등을 위해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50년까지 화석 연료에서 탈(脫)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전기가 핵심 요소(key enabler)가 되고, 이를 위해서는 첨단 원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운영했던 영국은 20여 년간 자국 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지만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라는 데 여야가 인식을 같이했다.

주요국‘원전 르네상스’동향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전 대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8일 프랑스 르크뢰소에 있는 원자로 제조 회사 프라마톰을 찾았다. 그는 이날 공장 직원들 앞에서 “원전은 미래에도 국가 전력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원전 산업에 5억유로(약 66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수출 원전, 올 초 상업 운전 시작

아랍권에서는 올해 원전 시대가 개막한다. 그 주역은 한국이 2009년 12월 처음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다. UAE 원자력공사(ENEC)와 한국전력은 “지난달 7일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출력 시험에서 100%에 도달했다”며 “올해 초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라카 2호기는 지난해 7월 준공됐고, 3호기와 4호기의 공정률은 각각 93%와 87%에 이른다. 4기를 모두 가동하면 원전은 UAE 전체 전력의 25%를 공급하고, 연간 탄소 배출 감축량은 210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무함마드 알하마디 ENEC 사장은 “바라카 1호기는 탄소 배출 없이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며 “전력 부문과 저탄소 경제 미래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 흐름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술력과 경제성, 안정성을 인정받아 왔지만 탈원전으로 산업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빠졌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새 원전 건설을 중단함에 따라 국내 부품 업체 등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고, 인력 유출도 심히 우려된다”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지 않는 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원전 경쟁력은 사라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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