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탄소중립 사회, 전기 수요 2배···탈원전으론 실현 불가능"
석탄·가스발전 66%, 30년간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대체?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사진=김인한 기자]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사진=김인한 기자]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해 "탄소중립은 가야 할 길이지만 탈(脫)원전을 상수(常數)로 두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통일이나 평화 선언처럼 탄소중립도 선언하고 그쪽을 지향하면 언젠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탄소중립은 철두철미하게 계획해도 안 될 일"이라며 "방법은 아직 모르겠고 선언을 반대하는 사람은 나쁜 놈이라는 논리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는 이달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탄소 제로 사회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추진 전략에는 당위성 목표 정도만 제시됐을 뿐 에너지원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도별 에너지 공급 계획, 탄소 배출 목표치 등 구체적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 의제가 세계적 추세지만, 방법과 재원이 없어 '반쪽짜리'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 실정에선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과 탈탄소(탄소중립)가 이율배반(서로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두 명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다. 그는 2007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KAIST 교수로 부임했다. 특히 2017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당시 원자력계를 대표해 원전의 경제성·안전성·환경성 등을 대중에게 알렸던 역할을 했다. 당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시민 471명)가 열리기 전까지 시민들은 원전 건설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지만, 공론화를 거쳐 '원전 건설 재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 "탄소중립, 전기 수요 2배라는 의미"

정 교수는 "탄소중립을 하려면 일단 전기를 두 배 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휘발유, 경유차는 물론이고 가정에서 쓰는 보일러, 도시가스는 모두 전기 수요가 돼야 한다"며 "석탄과 가스도 쓸 수 없는 마당에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답 없다"고 했다. 이어 "2050년 전 가스를 언제 어떻게 없앨지 계획이 없다"며 "아무 검토 없이 나온 선언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기준 석탄 발전소는 40.4%, LNG(액화천연가스)는 25.6%로 집계됐다. 탄소중립 사회에선 석탄·가스에 해당하는 66% 에너지 공급 비율이 0%로 수렴해가야 한다. 이 수치를 10년마다 22%씩 줄여야 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오지만, 정부는 이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미국·영국 등 OECD 평균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1.8%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증대 계획을 마다할 국민은 없지만, 이 같은 대책 없는 선언이 나오자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정 교수는 "원자력 기술을 가진 나라 중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탈원전한다고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모든 전력 100%는 원자력으로 커버해야 앞으로 늘어날 100%는 신재생에너지나 배터리 등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선언한 건 원자력 중흥을 외쳤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프랑스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을 옵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정파를 떠나 의회와 에너지부(DOE)에서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해 절차를 가속화하고 전향적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원자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원전 발전 비중은 75% 내외를 오가고 있다.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펼치며 이들과는 다른 입장이다(19년 기준 25.9% 발전 비중).

◆ "혁명은 정부가 금지해도 쓸 물건(에너지)"

정 교수는 "산업혁명 당시 나무를 때우던 인류에 석탄은 그야말로 친환경이었다"며 "나무를 때우던 사람들이 석탄을 써보니 에너지 밀도가 높고 친환경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혁명이란 건 저절로 일어나야 한다"면서 "석탄은 정부에서 금지했어도 쓸 물건이었고, 그게 바로 에너지 혁명"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민주적인 에너지라고 하는데 에너지가 민주적이고 아니고 그런 게 어딨나"라며 "그런 프레임으로 갈라치기 하면 탄소중립 실현 문제는 절대 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누가 와도 태양광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하고 싶을 정도면 저절로 에너지 혁명이 일어난다"며 "보조금으로 수조 원을 투입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 제로 사회에서 그동안 국가 에너지의 축이 됐던 탄소 산업이 적폐가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이 적폐가 된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은 어마무시한 도전이고 거기에서 원자력을 빼고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원전이 하루 20시간 돌릴 수 있다면 태양광은 현재 우리 실정에서 4시간 돌릴 수 있는데,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언젠가 우연히 사고처럼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탈탄소는 불가능하다"며 "게다가 원자력을 악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면 탈탄소는 답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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