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전 부품기업 지원” 500억 펀드 만든다던 정부의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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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23. 오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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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년만에 겨우 325억 조성… 그나마 절반은 신재생 투자 예정
이낙연 국무총리가 18년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보고한 ‘원전부문 에너지전환 후속조치·보완대책’과 관련 원전지역과 원전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시스


“원전 부품기업 지원을 위해 5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겠다”던 정부가 2년이 넘도록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분야 중소기업들을 고사(枯死) 위기에 빠뜨린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마저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업계가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는 2018년 6월 총리 주재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전환(원전 부문)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원전) 보조 기기·예비품 중소기업의 성장 역량 보완 및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에너지전환펀드를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21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에 따르면, 원전 부품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에너지혁신성장펀드 1호)는 정부가 약속한 지 2년이 다 된 올 5월 26일에야 조성됐다. 금액도 애초 정부 약속에 크게 모자랐다. 전체 펀드 조성 금액은 325억원에 그쳤고, 그마저도 이 중 절반인 162억5000만원만 원전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원전 부품기업 지원액이 정부가 처음 발표한 금액(50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펀드가 조성된 지 넉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 투자가 이뤄진 곳은 한 곳도 없다.

정부는 펀드 조성을 직접 하지 않고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맡겼다. 한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8년 8월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 “에너지 전환 보완 대책을 이행하라”며 펀드 조성을 지시했다. 이에 한수원은 2019년 4월 이사회에서 펀드 조성을 의결했다. 당시 한수원은 원전 분야 투자액을 전체 펀드의 60%로 설정했고, 2019년 6월엔 이 비율을 50%로 또다시 낮췄다.

원전 분야 투자 비율을 낮춘 배경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이 사양 산업’이란 이유를 댔다. 한수원 측은 “원전 부품은 사양 산업이라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운용 수익을 고려해 원전 부문 투자 비율을 낮췄다"며 "현재로선 펀드 증액 계획은 없고, 내년쯤 한번 추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원자력계에선 정부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원전 산업의 붕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성장 산업이던 원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킨 현 정부가 중소기업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 약속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원전 산업의 뿌리를 이루는 부품 기업들이 고사하면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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