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정책 고집하는 정부…국가 미래 망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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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매일신문DB


산업통상자원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내년도 원전해체기술 개발 예산 8천700억원의 예산 타당성 심사를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원전해체기술 개발 예산은 2019년 30억원에서 올해 151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내년엔 올해보다 무려 57배나 증가한 예산을 편성하려고 정부가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정부는 내년도 원전핵심기술 개발 예산을 올해 648억원에서 86억원 줄어든 562억원을 책정했다. 문 정부 첫해 전년보다 7% 삭감되며 636억원을 기록했다가 내년에 처음으로 500억원대로 줄었다. 정부는 원전핵심기술 개발 명목 예산을 단계적으로 일몰시킬 방침이다.

정부가 원전해체기술 개발 관련 예산은 크게 늘리는 반면 원전핵심기술 개발 예산을 줄이는 것은 탈원전 정책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원전해체산업을 조기에 육성해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은 부작용·폐해를 상쇄하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포석도 깔렸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는 먹거리 산업인 원전건설 시장을 포기하고 투자 효과가 의문시되는 원전해체 시장에 뛰어들려는 정부 계획은 우려가 크다. 원전해체를 먹거리로 삼기에는 시장 규모가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70조원 수준인 반면 원전건설 시장은 30년간 500조~600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세계원자력협회(WNA)의 추산이다. 시장 규모나 경제 효과 면에서 원전해체는 원전건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오죽하면 "원전해체 시장은 쓰레기봉투와 쓰레기매립지 사업" "신차가 아닌 폐차 산업에 치중하는 꼴"이란 말이 나오겠나.

한국이 원전해체에 한눈을 파는 사이 미국·중국 등은 원전건설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에 있는 원전건설 기술을 따라잡히면 원전 수출길은 완전히 막힐 수밖에 없다. 정치 논리에서 결정된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전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국가 미래를 망치는 참담한 일이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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