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악 장마와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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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脫원전으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지만
100% 태양광으로 대체할 수 없어
원전 없애면 온실가스 배출 감내해야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서울경제] 최근 30일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고 있다. 사계절이 아니라 건기와 우기로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50년간 중부지방의 호우 일수는 2.5배나 늘었다. 1982년에 만들어진 ‘독도는 우리 땅’ 노래의 가사가 30년이 지난 2012년 바뀌었다. 평균기온은 12도에서 13도로, 강수량도 1,300㎜에서 1,800㎜로 증가했다. 오징어·꼴뚜기·대구·명태·거북이가 살던 바다에서 명태와 거북이가 사라지고 홍합·따개비가 대신하고 있다. 이는 일기가 아니라 기후가 변화한 탓이다. 기후변화는 실제적인 생명 위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최근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매년 25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6개 질병에만 국한해 평가한 것으로 최소 사망자가 그렇다는 것이다. 식량생산 감소와 질병 증가가 미칠 악영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에 대응해 세계 에너지 정책도 탈탄소 정책으로 수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5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원자력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원전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IEA 사무총장은 원전의 운영허가를 갱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시급한 정책변화라고 했다. 또 정부는 신규 건설을 지원하고 원자력 신기술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유엔 기후변화협약도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에 원자력 증설의 필요성을 포함했다. 2030년에 약 2배, 2050년에 약 6배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탈탄소에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에너지 전환을 이룬다며 탈원전을 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인 에너지전환은 탄소에서 무탄소로의 전환을 의미하지 탈원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원전을 4시간도 채 안 되는 태양광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나머지 20시간은 가스발전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4시간 원자력을 4시간 태양광과 20시간 가스로 대체하면 온실가스가 줄어들까. 원자력과 태양광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 그러나 발전은 화석연료다. 석탄보다 온실가스가 덜 나오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발전소에서 타기 전에 누설되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를 고려하고 태양광과 풍력의 출력변동을 상쇄하기 위해 가스발전의 출력변동에 따른 효율저하를 고려하면 가스발전은 석탄발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분명히 원자력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스의 도움을 받아도 온실가스만 더할 뿐이다. 원전 하나를 없애면 온실가스는 증가한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단가는 ㎾h당 60원 내외다. 물론 방사성폐기물 비용,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 발전소 해체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단가다. 반면 가스는 120원 내외, 태양광은 160원 안팎이다. 그러면 24시간 60원을 4시간 160원과 20시간 120원으로 대체할 경우 요금은? 원전 하나를 없애면 분명히 있을 때보다 2배 정도 돈이 더 들게 된다.

울진에는 중동 1호기가 된 바라카 원전 같은 최신 설계의 신한울 3, 4호기 건설이 중단된 현장이 비를 맞고 있다. 월성1호기는 경제성평가 조작으로 영구정지당했다. 고리2호기는 이대로 내년이 오면 계속운전을 못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었다면 당연히 계속운전할 원전이다. 기억하자. 원전이 하나 줄어들 때마다 온도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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