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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비판했다고 감사원장 공격하는 여권, 적절치 않다

입력 : 
2020-07-28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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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여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탈원전정책을 깎아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 수장이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며 국정과제인 탈원전정책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는 등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일부 신문과 인터뷰하며 "최 원장이 4월 9일 감사위원회 직권심리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수원 사장이 할 일을 대신 한 것'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권의 주장은 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감사원장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나 다름없다.

감사원은 현재 7000억원이나 들여 월성 1호기를 보수하고도 2018년 6월 조기 폐쇄를 결정한 배경에 정권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이 감사는 작년 10월에 시작됐지만 법정 감사기간(5개월)을 넘기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안팎에선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보고서가 지난 4월 나왔지만 최 원장과 현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위원들의 의견이 맞서 보류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을 헌법에 보장한 것은 정부 정책 중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없는지 엄정하게 살피라는 취지에서다. 탈원전은 지난 5월 서울대·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반대할 만큼 국민적 불신이 큰 정책 중 하나다. 그런데도 여권이 탈원전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최 원장을 공격하는 것은 감사원 발표로 탈원전정책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해 감사 결과를 미리 정권 입맛에 맞추도록 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여권은 당장 감사원장 흔들기를 멈추고 감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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