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감사원장도 찍어내기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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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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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산업부 장관 "최재형 원장이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나' 발언"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규명하는 감사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여권(與圈)에서 제기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하고 있다. 여권이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에 흠집이 날까 봐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보를 근거로 "감사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등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감사원장이 직권심리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여권에서는 26일 최 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규명하는 감사 과정에서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라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덕훈 기자

26일 한겨레신문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인용해 "(송 의원이) 최재형 감사원장이 한 발언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백 전 장관은 "최 원장이 지난 4월 9일 감사위원회 직권심리를 주재하면서,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할 일을 대신 한 것'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의 이런 발언에 귀를 의심했을 정도로 경악했고, 직권심리에 참석했던 공무원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적 언사'라는 시각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보도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심리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개하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벌이는 감사원과 최재형 원장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원은 현재 7000억원이나 들여 월성 1호기를 보수하고서도 2018년 6월 조기 폐쇄를 결정한 배경에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작용했는지, 외압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감사는 여야 합의로 작년 10월부터 시작됐지만 법정 감사 기간(총 5개월)인 지난 2월을 넘기고도 6개월여째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최 원장은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감사에 일선 감사관들이 소극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감사 책임자인 공공기관국장을 '강골(强骨)' 성향으로 교체한 데 이어 감사관 3~4명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부 회의에서 "외부 압력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 잃은 소금" "성역 없는 감사를 해야 한다"며 총력전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야당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라 문 정부가 3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 원장의 적극성에 여권이 탈원전 감사를 못하게 감사원장 찍어내기에 나섰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난 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을 향해 "(감사 과정에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모욕감을 주는 것도 모자라 피조사자의 진술을 누락하는 등 프레임에 맞추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감사원 흔들기가 여권의 '검찰 흔들기'와 닮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 수사에 나서자 이른바 '검찰 개혁' 등의 구호를 외치며 1년 가까이 검찰과 윤 총장을 집요하게 흔들고 있다.

[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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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 미국 대선과 정치, 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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