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전력수급계획 재검토 필요하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막무가내로 '탈원전' 밀어붙이고

수요관리·발전설비계획도 부실

지정학적 영향·비용·편익 따져

원전 중심으로 계획 재편해야

양준모 연세대 교수



최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기구가 9차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15년 뒤 원전을 26기에서 17기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막무가내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가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전력수요예측·수요관리·설비계획·계통계획 등 모든 측면에서 부실하다. 국회 보고와 공청회를 앞둔 상황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9차 계획은 탈원전을 에너지 전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환경 등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 에너지균등화비용을 기준으로 에너지 전환 경로를 계산해보면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수급 계획을 재편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계획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9차 계획은 전기사업법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했다. 법상 2년을 주기로 작성돼야 할 계획이 6개월 이상 지체됐다. 한국전력의 적자가 누적되는 등 악화된 분위기를 피하고 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신이 없을 때 계획을 발표했다는 의심마저 든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9차 계획으로 법에 규정된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기본 원칙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향후 정전에 시달리게 된다는 의미다. 9차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매몰돼 계획의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수립된 8차 계획에서 전력수요 예측치를 7차 계획보다 13% 감소시켰다. 8차 계획의 예측치는 발표하자마자 틀리기 시작했다. 9차 계획은 예측치를 8차 계획 때보다 1.5% 상향 조정했으나 여전히 지난번에 틀린 모형을 고집하고 있다. 8차 계획 수립 때도 제시된 예측 모형 중 가장 낮은 예측치를 제시한 모형을 선택했었다.


9차 계획에서는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수요관리 목표를 높게 잡았다가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탈원전 정책을 정당화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문제점을 가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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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설비계획은 국민의 불안을 낳게 했다. 2034년 목표연도에 원전의 설비 비중은 2020년 19.2%에서 9.9%로 떨어진다. 대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40.1%로 상승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로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을 발생시킨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품질의 전력을 생산해왔다. 고품질의 전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였다. 기계들이 수명을 오래 유지하고 제품의 불량률도 현저히 낮게 제어될 수 있었던 것들은 고품질의 전력공급 덕이다. 이제 구름이 지나가도,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정전을 걱정하게 됐다. 9차 계획은 좋은 집을 부수고 누더기 집을 만드는 격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성은 심각하다. 2034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설비 비중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26.3%다. 이것도 낙관적 수치다. 신재생에너지의 기본적 한계 때문이다. 9차 계획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친환경 발전이라는 쇼만 하고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계획에 불과하다.

동북아 그리드의 추진도 불합리하다. 1948년 5월 북한의 단전으로 대한민국은 고통받았다. 지정학적 영향을 검토하지도 않고 비용과 편익을 따지지도 않았다. 분산형 전원계획은 우리집 옆에 발전소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계통체계 구축에도 큰 비용이 든다.

9차 계획으로 전기 요금 인상은 불 보듯 뻔하고 합리적 에너지 전환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태양광 설비로 산림이 훼손되고 계통 문제가 발생해 많은 태양광 설비가 접속 대기 중이다. 월성 1호기에 감사원 감사의 발표는 연기됐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관련 기업이 무너지고 원전의 수출동력도 상실했다. LNG 수입량을 증가시켜 어떤 국익을 도모했는가. 9차 계획의 부작용은 국민이 몰라도 되는가. 에너지 공급의 기본적 역할에 충실한 계획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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