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태양광 판넬. [사진=OCI]
국내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OCI]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9차계획) 초안대로 추진된다면 수급 불안전성을 초래해 상습 정전(停電) 사태를 촉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 불리한 여건을 시간을 두고 개선할 동안 원자력 발전으로 백업해야 한다는 주장이 따른다.

국가 제1~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위원을 역임한 노동석 서울대학교 전력연구소 박사는 12일 “9차계획은 전력수급 불안정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만약 수정 없이 이대로 간다면 정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태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사업법 제3조제1항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전력수급의 안정’이다.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 공급원을 적절한 비율로 사용해야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있고, 대정전 혹은 순환 단전이 일어날 확률도 낮춘다. 이같은 맥락에서 9차계획이 특정 에너지만 독보적으로 높은 비율로 설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는 올해 19.3GW에서 2034년까지 78.1GW로 4배 가량 증가하고,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1%에서 40%로 상승한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특유의 ‘간헐성’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늘어날수록 정전 발생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노동석 박사는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자연 에너지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발전 시간과 발전하지 않는 시간의 발전량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다. 해가 나오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전력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반면 일조량과 풍량이 많을 때는 전력 과잉공급으로 과전류가 흐르며 화재나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노 박사는 “전력 수요가 적은 주말에는 최대수요(피크)가 80GW도 채 안 되는 날이 많다”며 “9차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80GW 가까이 잡았는데 일조량과 풍량이 많은 날엔 최대수요를 초과하게 된다. 과전류로 정전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9차계획 초안에서 2034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78.1GW로 잡아뒀지만, 피크 시 공급기여도는 고작 11.2GW로 계산한데 대해 노 박사는 “총괄분과위원회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과열로 인한 단전 등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피크기여도’를 과도하게 낮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크기여도는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에 발전원이 기여하는 정도를 뜻한다.

국내의 부실한 전력망도 재생에너지의 불안전성을 부추길 요소로 꼽혔다. 노동석 박사는 “수도권에 전력 소비가 약 40% 되는데 수도권 근방 발전소를 합해도 공급이 25~26%밖에 안 나올 정도로 전력망이 미흡하다”며 “여기에 삼면이 바다인 데다 유일하게 대륙과 연계된 북한도 교류가 단절돼 외부에서 전력망을 끌어다 쓸 여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유치의 모델로 삼는 독일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독일은 전력망이 유럽 전역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유럽연합(EU)에서도 종주국 지위를 갖춰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일본의 전력 포트폴리오 변화. 2030년 원자력은 20~22% 수준이다. [사진=Climate Anaytics]
일본의 전력 포트폴리오 변화. 2030년 원자력은 20~22% 수준이다. [사진=Climate Anaytics]

노 박사는 섬나라인 일본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일본이 2018년 발표한 5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 26%, 가스 27%, 원자력 20~22%, 재생에너지 22~24%로 다양한 에너지원을 적정 비율로 고루 가져간다. 노동석 박사는 “일본은 쉽사리 특정 에너지원을 포기하거나 급격히 확대하지 않는 이유는 전력망의 한계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기 때문”이라며 “사방이 고립된 상황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수급 전략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중 ‘수력’의 비중이 낮은 점도 수급 불안정성을 키운다. 환경의 영향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태양광, 풍력에 비해 수력은 발전량이 비교적 고르다. 

노동석 박사는 “독일은 재생에너지 중 수력 비중이 10%가 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2~3% 수준”이라며 “강력한 기저 재생에너지인 수력이 부족한 점은 재생에너지 투자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수표처럼 막연하게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만 내세우기 전에 계통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추진 여건을 조성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이 기간 동안 백업해줄 발전원이 필요한데 원자력이 이에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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