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崔감사원장 “이러다 4대강 꼴 난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위원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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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10. 오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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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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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국회보고 시기도 넘겨[서울신문]
“경제성 부족 입증자료 미비 보완 필요”
최 원장 ‘조기 폐쇄’ 결론에 반대 입장
“감사 결과 번복 안 돼” 평소 소신 반영
휴가 복귀 후 감사 담당 국장 전격 교체
감사원은 지난달 3차례 감사위원회를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기 폐쇄 결정의 근거가 됐던 ‘경제성 부족’을 놓고 최재형 감사원장과 일부 위원이 “자료가 더 필요하다”, “조기 폐쇄는 문제없다”며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조기 폐쇄 결정 이후 감사 논란에 휩싸인 월성1호기 전경.서울신문 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원전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놓고 감사원 감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최재형 감사원장과 일부 위원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에서 일부 감사위원은 “월성1호기에 대한 조기 폐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려 한 반면 최 원장 등은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조기 폐쇄 결정의 배경이 됐던 ‘원전의 경제성 부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소식통은 “최 원장이 감사보고서만 보면 월성1호기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힘든 부실한 감사라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만큼 한수원의 자체 경제성 평가와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보고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감사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자료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연합뉴스
최 원장은 간부회의에서 “월성1호기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4대강 감사 꼴이 날 수 있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관해 4번이나 감사에 착수했지만 정권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아 ‘정치감사’, ‘코드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이번 월성1호기 감사 심의가 늦어지는 것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해 경제성 평가와 관련된 객관적인 감사 자료를 뒷받침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실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가 나중에 감사 결과를 번복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는 최 원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 내에서 “정부가 7000억원을 들여 고친 월성1호기가 돌연 경제성이 없는 쪽으로 바뀐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괜히 무리수를 뒀다가 정권이 교체되면 결국 헌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물론 국민들로부터의 신뢰성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 원장은 4·15 총선 전후 월성1호기 감사에 대한 ‘불편’으로 이례적으로 휴가를 갔고(서울신문 4월 15일자), 휴가 복귀 이틀 뒤 관련 감사 담당 국장을 전격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는 등 월성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감사 결과를 최종 심의·의결하는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비롯해 감사위원 6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감사는 국회가 지난해 9월 감사를 청구하면서 실시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추가 감사 기간 2개월을 포함해 5개월 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그 시기를 넘겼다.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9일과 10일, 13일 세 차례 감사보고서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감사원 측은 그 이유에 대해 ‘보완 조사’를 들었다. 특정 감사 사안을 놓고 세 차례 회의를 열고도 감사보고서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보완 조사가 한 달여 지났는데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은 드문 일이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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