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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인사이드칼럼] 탈원전정책 궤도수정하라

입력 : 
2020-04-08 00:07:02
수정 : 
2020-04-09 16: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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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원자력 경쟁력으로
코로나發 위기 헤쳐나가야
원전수출 지렛대로 교역 늘리고
청정에너지 기후변화 대응도
사진설명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량 인명 피해와 함께 대공황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로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준전시 비상시국으로 우리의 모든 가용 역량을 동원해 대처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에 중요한 탈원전 정책도 궤도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 우선 원자력 산업은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우리가 개발한 APR1400은 외국 회사로는 유일하게 미국과 유럽에서 인증을 받았으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4기를 건설해 3월 초 1기에 연료 장전을 시작했다.

원전 시장은 높은 초기 건설 비용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문제로 주춤했지만, 발전 단가가 낮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서방 경쟁 상대인 미국 웨스팅하우스·GE, 일본 도시바, 프랑스 아레바 모두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로 막대한 손실을 볼 때 한국만 건설비를 줄일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또한 낮은 건설비와 짧은 공기로 상당한 국가보조금에 의존하는 러시아·중국보다도 우위에 있다. 미래 원전으로 각광받는 소형 원전 분야에서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스템 일체형 원자로(SMART)' 개발을 통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국가 차원에서 총력 수주가 필요한 외국 원전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어렵게 양성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인프라스트럭처를 해체하고 광범위한 원자력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를 야기한다. 한편 국내 신규 원전 8기 건설 포기는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 값싼 전기료 혜택을 누려온 우리 산업계 경쟁력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에너지안보 면에서도 우리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을 일정 비율 유지해야 한다. 동북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상호 융통이 가능한 에너지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는 북한에 의해 대륙과 차단된 '에너지 섬'이라는 점에서 가장 신뢰 가능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으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 쌀 시장 보호가 식량안보의 일환이듯, 원자력이 우리 에너지안보의 축이 돼야 한다. 산악 지형이 많고 일조량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해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원자력 인프라의 보전이 중요하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을 완료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독자적 억지·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 동맹에 기초한 확장 억지를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 북한의 2차 공격 능력 보유와 주한미군 철수로 인해 확장 억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한계 상황에 대비한 원자력 인프라의 유지·발전은 우리의 전략적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카드다.

외교적 차원에서도 원전 수출은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바라카 원전 건설을 통해 UAE와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어 중동 외교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형 프로젝트인 원전 수출은 수입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게 하는 촉매가 된다. 러시아가 원전 수출을 통해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사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 면에서도 원전은 필수다. 한국은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설정한 감축을 해야 한다.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4배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인정한 성숙한 저탄소 에너지다. 또한 미세먼지의 주된 오염원인 석탄 발전과 값비싼 가스 발전을 줄이기 위해서도 원자력이 필요하다.

미국 원자력 산업 예에서 보듯이 한번 무너진 경쟁력은 되살리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초불확실 상태인 국제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확실한 자산인 원자력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때다.

[신각수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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