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탈원전 폐해, 유권자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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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일방적으로 추진돼 온 탈원전 3년의 폐해가 막심하다. 2016년에 12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356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규 원전 건설 금지라는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급기야 휴업에 들어가고 정부가 긴급 공적자금 1조 원을 투입한다. 한전의 적자는 곧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니 국민 생활과 경제의 부담이 된다. 예정된 일감을 뺏겨 미래가 없어진 기업에 주는 지원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니 이 또한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 3년간 줄어든 원자력 발전량은 석탄과 LNG 발전 증가로 대체됐고, 화력 발전 증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증가를 유발했다. 발전부문 미세먼지 배출 증가량이 아직 정량화되진 않았지만, 지난 몇 년 간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발전부문에서 늘어난 온실가스는 2016년에 비해 지난 3년간 누적량이 5100만t으로 추산된다. 온실가스 로드맵에 따르면 2200만t을 줄여야 했는데 되레 2배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지탄받는 배경이다.

탈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부담이 된다. 지난주 태양광 사업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재생에너지 보조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정부의 태양광 장려 정책에 따라 지난 3년간 신규 태양광 발전 시설이 급증,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75%나 폭락했다. REC를 구입할 발전회사의 수요는 거의 일정한데, 팔아야 할 태양광 사업자의 공급은 과잉인 탓이다. 시위대는, 이대로라면 태양광 발전시설 원리금 회수에 14년이 걸린다며 아우성쳤다. 한편, 싼 전기료를 바탕으로 한 중국 태양광 산업계의 경쟁력에 밀려 OCI나 웅진 같은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도 쇠락하고 있다.

이상은 지난 3년간의 탈원전 정책이 초래한 폐해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게 눈에 띄는 폐해도 미래에 부담해야 할 경제적·환경적 부담에 비하면 약과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추산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최소 전기료 인상률은 2017년 대비 2030년 23%, 2040년 38%이다. 이에 따른 국민의 전기료 인상 누적분은 2030년까지 83조 원, 2040년까지는 283조 원이나 된다.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2030년 발전(전환) 부문 배출 목표치에 초과되는 3400여만t에 대한 대책이 없다. 산업경쟁력 약화도 피할 수 없다. 원전 수출은 물론 그림의 떡이 된다.

원자력의 경제성·환경성·안전성은 지금까지 오랜 가동 이력으로 검증됐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원전 유형인 가압수형의 경우 생명 손실은커녕 유의미한 방사선 유출조차 없이 가동돼 옴으로써 원자력의 생명 안전성을 입증했다. 원자력이 저비용 청정전력원임은 분명하다. 우수한 천연에너지 자원은 거의 없지만, 두뇌와 기술에 기반을 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산업을 일군 우리나라에서는 검증된 원자력과 앞으로 효율이 점점 더 좋아질 신재생이 조화를 이루며 국산 청정전력을 공급해 나가게 해야 한다. 탈원전을 중단하고 입법을 통해 한국형 청정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 조정을 건의한 참모들에게, 원전 하고 싶으면 그 사람들이 대통령 돼서 하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탈원전에 관한 한 완전 불통이다. 탈원전을 시정하고 원자력을 회생시킬 방법이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정치 주도 세력을 바꾸는 길밖에 없는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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