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산업 몰락,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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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이 촉발한 두산重 휴업
원자로 제작기술 허공에 날릴 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해야"

정동욱 <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는 와중에 두산중공업이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최근 주가는 지난 10년 새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가 탈(脫)원전 정책 탓이 아니라 해외 발전소 프로젝트의 부진 때문이라고 한다.

주가는 미래의 기업 가치를 반영한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데도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에 비전이 있다고 투자자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탈원전이 이 회사의 비전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총 6기의 원전 건설계획이 취소되면서 두산중공업은 10조원에 달하는 수익 창출 기회를 날렸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의 몰락은 탈원전 정책이 촉발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 휴업 사태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경제 위기상황을 가장 먼저 느낀 건 민간기업이었다. 이후 공기업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산업은 한국전력과 자회사들로 구성된 공기업 위주다. 원전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 주가는 지난 10년 새 최저가에 근접해 있다. 설계 용역 회사는 건설사업 없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원자력연료도 조만간 발전소 감소에 대비해야 할 처지다. 2029년까지 10기, 총 8450메가와트(㎿)의 원자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전력수요가 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현재 건설 중인 4기의 신규 원전을 감안하더라도 2850㎿의 대체 설비가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이 대신할 수는 없다. 밤낮없이 꾸준히 전기를 생산하는 ‘기저부하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석탄 발전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때문이다. 가스 발전이 그나마 낫지만 비용이 문제다. 가스발전 비용은 원자력의 두 배다. 또 가스 발전소 건설 시장은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이 과점하고 있다. 국내 산업과 고용 시장의 효용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이 끝나감에 따라 현지 인력 철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원전을 축소하는 판에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탈원전을 전 세계가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전 6기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폴란드 역시 70조원 규모의 원전 도입을 가시화하고 있다. 서방 세계에선 두산중공업만큼 원자로 제작 능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소형 원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이 원자로 제작을 위해 두산중공업과 양해각서를 맺은 이유다.

정부가 원전 수출만큼은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으나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 원자로 제작업체의 몰락을 지켜보고만 있다. 두산중공업은 해외에서 원자력 관련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찾는 필수 기업이다. 해외 인사들은 두산중공업 공장을 둘러본 뒤 한국 원자력산업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전공자는 물론 일반 공대생들에게도 산업체 견학의 핵심 코스로 꼽혀왔다. 붉게 달궈진 원자로 용기를 단조하는 광경과 은빛 날개를 단 터빈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공대생으로서의 포부를 심어 줬다.

필자가 수년 전 학생들과 함께 두산중공업을 견학했을 때 한 엔지니어가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공대생들이 원자로, 터빈을 보고 단순히 잘 만들었다고 해선 안 된다.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던 엔지니어들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다. 지금이라도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전력 수급뿐만 아니라 원전 수출에도 큰 기회의 발판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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