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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 가속도에 지원 '머뭇'...수주 자금조달 계획조차 못짜

[원전·고속철 글로벌 40조 수주 날리나]

22조 사우디 원전 2기

MB땐 내각총출동 파격지원

막판 뒤집기로 수주했는데

지금은 정부차원 지원 없어

"힘도 못써보고 끝나나" 우려

일본, 폴란드 원자로 20기 수출도 추진





지난 2009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전한 “원전사업은 프랑스에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였다. 앞서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루브르 박물관 분관을 아부다비에 짓겠다며 수차례 UAE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파격적 지원책을 제시했다. UAE도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원자력과 정보통신기술(ICT), 인력 양성 분야를 한국이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판세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총리, 외교부·지식경제부 장관 등 내각이 총출동한 결과였다. 그해 12월 우리나라는 UAE 원전 4기를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186억달러로 ‘쏘나타’ 자동차 228만대 수출과 맞먹는 규모였다. 건설과 별도로 향후 60년간 운영권만 54조원이다.

원전 수주는 국가적 사업이다. 프랑스를 제치고 UAE 원전을 수주했던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입찰 건에서는 힘조차 제대로 못 써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실제 정부는 현재 공사가 30%가량 진행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 여부를 두고 공론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60년 이상에 걸친 단계적 감축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신규 원전 6기를 짓지 않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중단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보상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범정부 차원의 사우디 원전 수출은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 의원 28명이 참여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은 “영국 원전사업 수주 참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영국 원전 컨소시엄(누젠) 지분을 인수해 영국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일도 반대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 차원의 수주 노력은 고사하고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구조를 짜는 일조차 버거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사우디는 수년간 지속된 저유가로 내년부터 일부 품목과 서비스에 5%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이 경우 건설 수주를 위해서는 유리한 금융조달 패키지까지 수주처에서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UAE 원전 때처럼 글로벌 은행의 지급보증을 요구할 수도 있다. UAE 측은 원전 4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세계 50위권 은행의 지급보증을 요구했는데 국내에는 이 조건에 맞는 은행이 없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에 2,000억원을 주고 보증서를 받았다. 원전 공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원전 수주전에 뛰어들 분위기가 되겠느냐”며 “국책은행의 도움도 받아야 하는데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부처나 공기업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협상안을 내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손발이 묶인 우리와 달리 경쟁국들은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원전굴기’에 나선 중국과 원전 재가동에 나선 일본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입찰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폴란드에 차세대 원자로 20기를 대량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원전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사우디 원전 입찰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향후 원전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4월 한국수력원자력은 필리핀 에너지부 대표단과 필리핀 바탄 원전사업 재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체코에서는 원전 산업 ‘서플라이어스 포럼(Suppliers Forum)’을 개최해 원전 수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세종=김영필·박형윤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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