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원자력안전위 수술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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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과반 차지… 원전 건설-폐쇄 등 제목소리 못내
靑 “독립성 강화하고 구성 변경”… 일각 “탈원전 이행위한 포석” 지적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위원 구성 규정을 바꿔 원전 규제를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원자력의 안전규제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라고 만들었지만 사실상 정부의 원전 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던 원안위를 개혁해 정권이 바뀐 뒤에도 원전 폐쇄 등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6일 청와대 관계자는 “원안위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원안위를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격상하고 위원들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넓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건설과 운영, 폐쇄 여부 등을 결정하는 원안위 위원은 정부와 국회에서 위원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지만 원전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위원 구성을 대폭 개편하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위원 수를 더 늘리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현재 위원 구성 개편을 위해 원안위가 국내외 사례 등을 분석하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천해 임명한 위원만으로도 원전 관련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현 위원 구성 분포도 바뀔 수 있다. 현재는 총리가 차관급 위원장을 추천하면 위원장이 위원 4명의 임명을 제청하고, 여야가 2명씩 추천해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결국 정부와 여당 추천 위원만으로 절반이 넘는 만큼 원안위가 원전 건설과 중단, 폐쇄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조기 폐쇄 방침을 밝힌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이 이뤄진 2015년 당시 원안위는 표결에 반대하는 위원 2명이 퇴장한 가운데 참가 위원 7명의 찬성으로 계속 운전을 허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자력 안전을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겠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승격해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탈원전로드맵 이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노후 원전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원안위의 기능을 강화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올해 발표될 탈원전로드맵이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노후 원전 11기의 폐쇄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중 9기는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 중단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유근형 noel@donga.com·문병기 기자
#거수기#탈원전#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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